김동완 언론인
김동완 언론인

‘스승 사(師)’자의 자형적 의미는 백수의 제왕 ‘사자(獅子)’다. 사자의 권위, 전투력에서 ‘우두머리’라는 뜻이 나왔다. 뒤로 오면서 스승이라는 의미가 추가됐다. 당대의 문장가 한유(韓愈·768~824년)는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학업을 내려주고 의혹을 풀어주는 존재이다. 도가 있는 곳에 스승이 있다”고 했다.

‘선비 사(士)’의 갑골문 자형은 땅 위에 곧추세운 막대기, 남자의 성기로 ‘아직 장가들지 않는 남자’이다. 젊은 사람이 일에 ‘종사하도록(事)’하거나 ‘시킨(仕)’다는 뜻으로 푼다. 글 읽는 선비로 의미가 확대됐다.

의사도 교사(敎師)처럼 ‘스승 사(師)’자를 쓴다. 한국전쟁 중인 1951년에 국민의료법을 만들면서 ‘의사(醫士)’를 ‘의사(醫師)’로 바꿔 표기하기로 했다. 변호사나 기사, 운전사는 ‘선비 사(士)’자를 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빈말인 셈이다. 표기상 귀천과 서열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괴질이 창궐하는 비상정국에 벌어진 의사파업과정은 국가권력과 이익집단의 힘 대결 양상이다. 의사들은 자신이 세상을 쥐고 흔드는 파워엘리트임을 힘으로 증명했다. 인간은 누구나 잠재적 환자이므로 정부는 물론 아픈 사람, 멀쩡한 생사람까지 의사들의 눈치를 보게 됐다. 돈 잘 벌고 권력까지 획득한 집단에 법으로 명예까지 보장해주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의사들에게 특별히 “존경해줘야 할 사도가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재량껏 벌어먹고 대우받고 사는 것은 자기 할 일이지만 사회가 나서서 특정 직업군의 명칭을 극진하게 대우해주는 것은 불공평하다. ‘준예밀물 다사식녕(俊乂密勿 多士寔寧)’이라 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꼼꼼하고 부지런히 일하니 선비가 많은 것이 평안함이다’라는 뜻이다. 의사의 ‘스승 사(師)’자를 ‘선비 사(士)’자로 고치면 어떻겠느냐는 여론조사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마침 의사의 파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55.2%나 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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