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계절로 들락거리던 문 하나가 닫혔다

몰랐으면 좋았을 노래를
자작나무 더 커진 눈에서 찾아낸 후

몸보다 추워진 마음 때문인지
밖으로만 나가려는 다리를 붙잡느라
쓸데없는 고집만 늘어갔다

겨울 한구석
찢겨져버린 시간의 응어리들이
새파랗게 멍든 이야기들을 몰고 우르르 들이닥칠 것만 같아서

따뜻한 눈길이라도 얹어줄 사람 하나 불러와
거짓말이 묻은 웃음에라도
얼굴 기대고 싶어졌다

깃털을 뽐내며 기웃거리던 멋쟁이 새가
자작나무 어깨를 간질이며 벌써 지나간 것도 같은데

열어두겠다던 다른 쪽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감상> 항상 문은 양면성을 띠고 있죠. 상대방이 열어 두면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닫으면 절대 열리지 않으니까요. 그대가 문을 닫은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자작나무의 눈동자처럼 몰랐으면 좋았을 이유가 발견된 이후, 내 가슴에 응어리들과 멍든 이야기들이 들이닥칠 것만 같아 칩거하게 되죠. 응어리진 마음을 털어 놓을 사람이라도 있으면 기대고 싶어지죠. 가끔 멋쟁이 녀석이 저 문을 열 것 같은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하죠. 열어두겠다던 다른 방향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고 있으니, 문을 세차게 두드릴 수밖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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