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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단]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아침시단]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 김기택
  • 승인 2020년 09월 16일 16시 05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17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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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팔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연약한 떨림을 덮는 손이 나온다.
맘껏 뛰노는 벌판을
체온으로 품는 가슴이 나온다.

혀가 목구멍을 찾아내
살아 있다고 우는 울음을 핥는다.
혀가 눈을 찾아내
첫 세상을 보는 호기심을 핥는다.
혀가 다리를 찾아내
땅을 딛고 설 힘을 핥는다.
혀가 심장을 찾아내
뛰고 뒹구는 박동을 핥는다.

혀가 나오느라 꼬리가 길다.
혀가 나오느라 귀가 빳빳하다.
혀가 나오느라 발톱이 날카롭다.

<감상> 모든 생명에는 혀가 있고, 그 혀가 온몸을 핥는다. 어미가 새끼를 핥을 때는 모든 위험을 감내하고 홀로서기를 기원하는 혀이다. 울음이라는 청각과 냄새 지도를 그리는 후각과 호기심이라는 시각과 떨림이라는 촉각 등 오감의 시작이 혀에서 비롯된다. 신체의 부위가 탄탄해져야 혀가 나올 수 있다. 혀가 나와야 어미의 바톤을 이어받을 수 있다. 무생물인 바람과 불에도 혀가 있어 스쳐간 곳마다 생명이 자란다. 무쇠인 범종에도 혀가 있어 그 울음이 안에서 맴돌다가 멀리 퍼진다. 하여 범종에 혀가 없다는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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