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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설] 반가위 추캉스
[삼촌설] 반가위 추캉스
  • 이동욱 논설주간
  • 승인 2020년 09월 20일 17시 28분
  • 지면게재일 2020년 09월 21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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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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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추석인데 고향에 올 생각은 마라. 아무리 차로 다닌다고 해도 코로나 때문에 걱정되니까 전화로만 잘 있다고 안부 전해주면 된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 사는 윤복술 할머니가 자녀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다. 윤 할머니는 “걱정하지 말고 잘 있으라”며 “절대로 올 생각 말아라. 가만히 있거라”라고 거듭 당부했다.

노인 인구가 군민의 40%를 넘는 의성군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걱정돼 고향을 찾지 못하는 객지 자녀들에게 어르신들이 안부를 전하는 영상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이번 추석에는 안 와도 괜찮으니까 너희 몸 건강히 잘 지내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걱정하지 마라, 얘들아. 사랑한다.” 점곡면 권숙자 할머니도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찍었다. 머리 위로 둥글게 손 하트를 그려 보이며 “사랑한데이~” 하시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애잔하다.

올해 비대면 한가위의 달빛도 이렇게 눈시울이 붉어지게 애잔할 것이다. 동쪽 하늘 위로 온달이 떠올라도 ‘한(큰)가위’가 아니라 반쯤 비어 있거나 저만치 거리를 둔 ‘반(半)가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가위의 반전이 있다. “귀성 못 가니 추캉스(추석 바캉스) 간다”는 말이 나온다. 30일부터 5일간 이어지는 연휴 기간 제주와 강원, 경주 등 유명 관광지 숙박시설 예약이 꽉 찼다. 유명 호텔의 추석 패키지 상품도 인기다. 연세 많은 부모님은 시골에 내팽개치고 호텔 방에 명절음식 룸서비스를 시켜 후딱 재배(再拜)하고 즐기겠다는 호캉스족들이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고향을 방문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위험한 세태다. 연휴가 끝나면 예외 없이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했다. 5월 황금연휴 뒤 이태원발, 광복절 연휴 이후 지금의 2차 유행 위기를 맞았다. 고향 방문 보다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몸을 부대끼며 즐기는 추캉스발 코로나 재확산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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