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은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저(0.92)를 기록했고, 고령인구 비율은 10년새 4.9%가 증가(2009년 10.6% → 2019년 15.5%) 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속도와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여기에다 지역에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까지 더해져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저출산과 지방소멸 극복에 목을 매고 있다. 각종 연구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와 논쟁이 한창이다. 심각한 위협인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활발한 것은 필요한 일이다. 상상가능한 모든 정책대안을 검토하고 실험해 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논의가 무분별한 담론의 범람(a flood of discourse)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몇가지 측면에서 경계해야 한다.

첫째, 저출산·지방소멸에 대한 지나친 담론이 정책개발압력(policy pressure)으로 작용해 섣부른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일부 전문가와 언론은 저출산·지방소멸을 공포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여론이 정책압력으로 작용해 효과성을 미쳐 검증하지 않은 채 과도한 대안을 내놓는다. 시·군·구 간 과도한 전입유도나 출산장려금 경쟁이 이에 해당한다. 여론에 쫓겨 투입 대비 효과성이 낮은 정책을 양산하기보다는 장기적 시계에 의한 체계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

둘째, 수많은 인구담론 속에서 진짜 필요한 논의와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저출산 문제에 있어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막론하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끼어들어 나름의 해법을 내놓는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나, 이러한 논의의 범람 속에서 진짜 필요한 문제인식, 정책, 전문가가 묻혀 버릴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많은 담론이 우리 눈을 흐리게 하고 배를 산으로 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지방소멸에 관한 선무당식 담론도 무용론도 경계해야 한다.

셋째, 지역 인구문제의 담론을 체계화해 국가적 공론화로 확대시켜야 한다. 지역이 겪는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의 문제는 우리 지역의 문제일 뿐 아니라 수도권에 대비한 비수도권 지역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기도 있다.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에 필요한 정책은 적극적으로 공론화해 국가사업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 2개 이상의 지역이 함께 담론을 체계화하고 이슈화해 국가 정책과 제도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최근 경상북도와 전라남도가 공동으로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것은 좋은 사례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자체의 정책 방향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저출산·고령화라는 큰 흐름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저출산 국가에 진입했고, 설사 당장 이러한 현상이 해소되더라도 20년간 이어진 흐름은 우리 사회구조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저출산 극복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저출산 적응에도 관심을 두고 스마트 연착륙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일시적 처방보다는 장기적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 인구유입을 위해 과도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출산·육아·교육·주거환경을 점검하고 사회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지역 간 상생·협력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인구문제와 국가인구문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역 간 인구이동의 문제다. 따라서 인근지역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지역 간 연계사업 등 공동정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국가와 지역사회의 미래에 큰 위협이 되면서 국가와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입되는 예산과 노력에 비해 그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된다. 여러 담론들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옥석을 가려 장기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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