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숫대야를 보면
징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수를 하고 비누거품으로 가득찬 물을 버리면
무언가 말하고 싶다는 투로 그려진
세선의 물결 무늬

물 속의 네 육신이 흔들리고
어푸어푸 물먹은 네 육신이 흔들리다 멈추어 섰을 때
지나온 내 꿈보따리를 뒤적이다 보면
나 또한 너처럼 사무친다

우리 모두는 울고 싶은 거다 혹은
말하고 싶은 거다
우리가 가는 여행에 대해 아무도
증거하지 않았지만
대개는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눈시울 적시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 거다

징, 하고 울린 적 없지만 너처럼
속으로 감춘 말줄임표가
한없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거다


<감상> 둥근 것들은 울음의 무늬를 지니고 있다. 징과 같이 제 몸에 세밀한 세선(細線)을 품고 있다. 세숫대야에 얼비친 얼굴에는 고요를 떠나 물결무늬로 흔들린다. 같은 주파수로 흔들리다 보면 어느새 서로 사무친다. 과거에 지녔던 꿈을 동경하는 건 현재의 삶에 대한 돌파구이지, 미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음을 믿으며 살아갈 뿐이다. 사무친다는 말, 얼마나 가슴이 아린가. 너무나 가슴이 아리기 때문에 울음을 밖으로 낼 수 없고, 가슴속에만 맥놀이를 일으킬 뿐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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