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 30층↑건물 339곳, 사업승인 난 49층 아파트도 8건
70m 이상 굴절사다리차 전무…초고층 화재 땐 대형사고 불보듯

9일 새벽 울산시 남구 신정동 한 아파트서 불이 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연합

울산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93명이 연기흡입 등으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경북·대구에도 고층 화재 진압에 쓰이는 70m 이상 고가굴절사다리차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북과 대구에는 최대 18층 높이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53m 고가사다리차밖에 없기 때문이다.

11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울산 남구에 있는 3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이 불은 강한 바람으로 건물 외벽에 남아 있는 불씨가 간헐적으로 되살아나면서 화재 발생 15시간 40여 분만인 지난 9일 오후 2시 50분께서야 겨우 불길이 잡혔다. 당시 울산소방본부 생활안전계장은 브리핑에서 “소방 사다리차 높이가 낮아 초기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소방으로부터 지원받은 72m 고가사다리차는 화재 발생 후 6시간이나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대구와 경북도 울산의 사정과 다를 바 없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고가사다리차는 모두 9대다. 높이는 52∼53m로 아파트 17∼18층 높이까지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경북도 33m 이상 사다리차 15대뿐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219개, 경북은 120개에 이른다. 지난 5월 기준 대구시에 사업승인을 받은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도 8건에 이른다.

19층 이상의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현재 소방당국이 보유한 고가사다리차로는 인명구조가 힘든 셈이다.

지난 7월 20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한 아파트 19층에서 불이나 60대 부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최근 3년간(2017∼2019) 30층 이상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93건이다. 이 화재로 5명이 사망했고, 54명 부상을 입었다. 재산피해는 99억 원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북과 대구에도 70m 고가사다리차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0m 고가사다리차는 전국에 10대뿐이다. 서울과 경기·인천이 각각 2대를 보유하고 있고, 부산과 대전·세종·제주에 1대씩이 있다. 경기소방본부는 2021년에 1대를, 충남소방본부는 2023년에 1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대구소방은 70m 고가사다리차 구입을 위한 예산확보 작업을 시작한다. 현재 내년도 예산에는 53m 고가사다리 대·폐차만 계획돼 있다.

이지만 대구소방안전본부 본부장은 “70m 고가사다리차 도입을 꾸준히 준비해왔지만, 예산확보가 어려웠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년에는 70m 고가사다리차 도입을 위한 예산확보를 반드시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