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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포럼] 소크라테스의 죽음
[경북포럼] 소크라테스의 죽음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승인 2020년 10월 18일 17시 17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19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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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트로트는 우리나라 음악 장르로서 대중가요의 하나이다. 미국의 춤곡인 폭스트롯에서 유래된다. 일명 ‘뽕짝’으로 불리나 비하적 용어라고 기피한다. 1920년대 말엽 도입돼 정형화된 리듬과 일본 엔카 음계를 사용한 구성진 애상적 곡조다. 70년대 이르러 요즘 형식으로 구비됐다.

최근 트로트는 안방극장 대세인 듯하다. 명절 연휴에도 그 열풍은 이어졌다. 나훈아가 방점을 찍듯이 일으킨 신드롬. 예능계 흥행을 견인하는 트로트 프로는 종편이든 지상파든 인기리 방영된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은 노모가 즐겨 애청하시는 방송이다. 그 시간엔 만사 제쳐놓고 채널 고정. 노인회 회장을 오래한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친구들은 제각각 흠모하는 연예인이 있단다. 엄마의 짝사랑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다. 언필칭 광팬 수준으로 열광하신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럴 만한 인물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좌절을 극복하고 인생 역전 스토리를 일군 젊은이. 그의 얼굴은 초등생 시절 사고로 다친 수술 흉터가 뚜렷하다. 예능계뿐만 아니라 정치계와 경제계에도 이런 입지전이 등장하길 소망한다.

추석 이브에 KBS TV ‘나훈아 한가위 기획쇼’가 방영됐다. 고향 본가에 모인 우리 가족은 어두운 동굴 속에서 위안을 얻듯이 추억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팔십대 모친부터 이십대 조카까지 삼대가 한마음 공감한 대공연. 이공삼공 세대가 트로트 가락을 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동시대 탁월한 뮤지션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낭만인 나훈아. 나는 그가 진정한 대중음악가라 여긴다. 수많은 가수들 중에서 작사 작곡 노래를 섭렵한 ‘싱어송라이터’는 많지 않다. 남이 만들어준 곡으로 가창만 뽐낸 명성이 대부분. 물론 음악적 재능이 있기에 그런 성취를 이뤘을 것이다.

이번에 나훈아가 선보인 신곡 가운데 ‘테스형!’이 있다. 티브이로 그 제목을 보자마자 영화 ‘테스’를 떠올렸다. 세 남자의 욕망과 한 여인의 파멸을 그린 작품. 나스타샤 킨스키가 맡은 테스는 예쁜 처녀이다. 한데 형이라니 일순간 의아했다.

가황이 열창하는 노래 가사를 듣고는 그 테스가 아닌 ‘소크라테스’를 칭함을 알았다. 너무나 유명한 성인을 친근한 테스 형이라 부르며, ‘세상이 왜 이러냐고 왜 이렇게 힘드냐고’ 하소연하는 노랫말에 폭발적 댓글이 달렸다. 후렴처럼 되풀이되는 ‘테스형’은 시청자를 고대 그리스로 이끈다.

아테네에는 소크라테스가 처형되기 전까지 머물렀다는 감옥이 있다. 예전에 탐방한 탓으로 기억이 아렴풋하다. 필로파포스 기념비가 있는 언덕 아래에 암석을 뚫어 만든 감방으로 입구 세 개가 나란히 놓였다. 이것은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당시 그는 여기에 수감되지 않은 탓이다.

서양 철학은 그리스 철학에서 비롯됐고 그리스 철학은 소크라테스가 시작했다. 그는 아무런 글도 남기지 않았다. 인생 자체가 저작인 셈이다. 제자인 플라톤 덕분에 언행이 알려졌다. 걸작 ‘향연’은 그의 얘기로 전개된다.

기원전 399년 칠십 세의 소크라테스는 사형 언도를 받는다. 신앙심이 부족하고 철학으로 악영향을 끼쳤다는 죄목. 그는 평온한 상태로 독배를 들었다. 후세의 다빈치처럼 ‘자기와의 평화’를 이룩한 최후였다. 나는 죽음을 생각할 때마다 소크라테스가 도달한 경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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