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나뭇가지 끝에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던 홍시 하나가
이 아침
툭 떨어진다.
긴장한 수평선 한쪽이 한순간 풀어지며
출렁.
푸른 물을 쏟아낼 것만 같다.

오늘부터는 그 빈 우듬지에 내 시 한 구절을
걸어놓으리.


<감상> 나무는 감 하나를 매달기 위해 태풍과 비바람을 견딘다. 감과 꽃받침 사이, 질기고 하얀 심줄을 새겨 넣는다. 심이 볼록하니 볼기에 꽉 끼어 홍시를 놓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나무는 홍시를 떠나보내기로 결심을 한다. 땅에 떨어진 홍시는 둥근 수평선이 풀어져 파문(波紋)처럼 퍼져 나간다. 홍시는 나무를 떠나서야 붙들고 있던 향기를 풍긴다. 결국 나무는 둥근 바다 하나를 매달고 있었던 셈이다. 시인도 시 한 구절을 쓰기 위해서는 모진 세월을 겪는다. 홍시를 껴안은 늦은꽃받침, 시인이 앉은 방석 같이 가운데가 도드라져 있다. 자신의 시를 세상 밖으로 내놓을 때, 시의 향기가 멀리 번져 나갈지 저울질하고 있다. 언젠가 독자의 가슴에 출렁, 감동을 불러일으킬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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