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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의 촌철살인] 수사지휘권 발동이 초래할 2개의 함정
[이재영의 촌철살인] 수사지휘권 발동이 초래할 2개의 함정
  •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 승인 2020년 10월 26일 16시 02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0월 27일 화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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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2020년 10월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은 남부지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및 측근과 관련된 4건은 중앙지검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라임 사건’에서 검찰총장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 수사는 오랜 기간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총 5개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함으로써, 사실상 추 장관이 수사를 지휘하는 상황이 되었다. 민주당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검찰청법 제8조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 감독권’에 근거한 합법적 권한으로 본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권한 남용으로 판단한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위법과 월권이 있을 때, 수사방식을 제안하는 형식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해석이 분분하다. 추 장관과 여권은 ‘선발된 권력’에 대한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로 간주한다. 다른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을 찍어내려는 수단,”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퇴임 후 정치적 행보를 위해 지지층 결집하려는 정치게임,” 문화일보의 검찰 안팎 취재는 “여권의 비리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노림수,” 한겨레신문 성한용 기자는 “정치 권력과 검찰 권력의 충돌,” 서울신문 이종락 논설위원은 “문재인 정권의 임기 말 레임덕을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판단한다. 물론 이들 중 1가지, 혹은 1가지에 1개 혹은 그 이상의 원인이 결합하여 있을 것이다. 문제는 추 장관의 잦은 수사지휘권 행사가 극과 극의 위험, 즉 ‘검찰의 정권 시녀화’ 혹은 ‘검찰에 대한 통제 불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검찰의 정권 시녀화다. 추 장관은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의 ‘검언유착 의혹사건’에서, 한검사가 윤 총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이번에는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는 물론, 수사팀의 편성 방법까지 세밀하게 지시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인사권, 예산권, 감찰권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장관이 세세한 수사에 관여하면, 검찰은 정권의 시녀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7월 21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제21차 ‘검찰개혁 권고안’을 내놓았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등검사장에게 이관하고, 장관이 고등검사장에게 구체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이러한 개혁안을 수용하겠다고 한 만큼, 검찰의 정권 예속화는 그만큼 더 커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검찰에 대한 통제 불능이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문민이 검찰을 통제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런 만큼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인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당할 때만 사용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고 검찰조직이 무겁게 받아들인다.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면? 검찰이 민주적 통제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단순하며 평범한 행정적 지시로 받아들인다. 검찰 지휘권자로서 장관의 권위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독립성을 넘어 통제할 수 없는 권력기관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의미다. 10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검찰청법 위반이다”와 같은 윤 총장의 발언에 담긴 검찰의 인식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현 정권이든 다음 정권이든, 법무부 장관의 잦고 세세한 수사지휘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마찰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어느 방향이든, 극과 극인 2개 중 1개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은 검찰청법이다. 제8조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 감독권’이 제12조 검찰총장의 ‘검찰 공무원 지휘 감독권’을 어느 정도 침해할 수 있는지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해법은 2가지이다. 하나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서 두 조항의 영역을 판단 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회가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두 기관장의 업무과 권한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의 대립은 법무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국가체계 부조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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