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에 어느 특질이 다른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후광 효과’라 칭한다. 옷차림도 그중의 일례이다. 흔히 ‘옷이 날개’라고 말한다. 천사를 꾸미는 날개처럼 착용자 이미지를 돋보이게 만드는 메타포를 가졌다.

이는 실험으로 입증된 사실. 동일한 남성을 대상으로 정장을 입혔을 때와 캐주얼을 걸쳤을 때의 판단이 달랐다. 지위가 높고 지적일 것이란 신사복 차림에 대한 평판은 평상복보다 한결 좋았다. 그런 면에서 옷은 캠페인 도구로도 쓰인다.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의류만 입음으로써 환경 보호를 외치는 의사 표시가 된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한 왓슨이 그러하다.

각자 옷장을 한번 살펴보자. 의복 안쪽 라벨에 원산지 표기가 보인다. 한국 제품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부분 ‘메이드 인 중국 혹은 동남아 국가’이다. 왜 그럴까. 인건비 비중이 높은 패션 산업은 국제간 노동력 아웃소싱을 하기 때문이다. 임금이 저렴한 외국의 회사에 제조를 위탁하는 구조. 뉴욕에서 샀던 51달러짜리 캘빈 클라인 청바지도 ‘메이드 인 모리셔스’였다.

1970년대 세계의 공장이란 별명이 붙은 중국이나, 전태일 열사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봉제 공장도 저임금 노동자에 기댄 의복 생산 기지였다. 의류 업체는 대규모 자본 없이 단순 노동으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탓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봉제 공장은 아픈 기억을 품었다. 상당수 여성 근로자는 수출로 외화를 벌고자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 착취를 당했다. 그 돈으로 가족은 생계를 꾸렸고 남자 형제들 진학이 이뤄졌다. 또한 교육은 한강의 기적을 견인한 인적 토대가 되었다. 오늘날 의류 산업은 후진국 유형이라 치부한다. 공장의 해외 이전은 발전적 변화라 여긴다. 한데 현실은 다르다.

통계에 의하면 의류 수출 상위권 나라로 이탈리아·독일·프랑스가 포함됐다. 우리보다 인건비가 월등한 선진국. 그럼에도 경쟁력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세계적 명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한다. 게다가 그 명성을 찾아오는 관광 수입도 엄청나다.

패션의 유행은 세계 4대 패션 위크가 이끈다. 뉴욕·파리·밀라노·런던에서 열리는 패션쇼. 유력 디자이너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여기서 소개된 의상은 글로벌 패션 잡지 ‘보그’를 비롯한 언론 특필로 패턴이 정해진다.

의류 브랜드 업체는 이를 참고해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 유통시킨다. 대략 6개월 정도 기간이 소요된다. 이런 과정을 단축해 소비자 기호에 맞춰 신속히 공급하는 체계가 ‘패스트 패션’이다. 그 선두 주자는 ‘자라’였고 갭·유니클로 등이 따랐다. 겨우 이삼 주일 만에 출하된다.

패션은 끊임없이 바뀐다. 세월의 흐름이나 기호의 변화, 그리고 연예인 같은 혁신자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다. 그들을 따르려는 모방 심리와 공감 의식은 유행을 선도한다. ‘완판녀’라는 호칭을 갖는 유명인 복장은 대중들 선택을 좌우한다. 물론 스테디셀러처럼 빈티지도 마니아가 많다.

요즈음 패션 트렌드는 펑퍼짐한 스타일이라는 보도다. ‘보그’의 표지 모델로 나왔던 미국의 록 가수가 오버사이즈 의상으로 시선을 모았다. 옷은 또 하나의 피부로 불린다. 그 선택의 첫째 조건은 편안함이 아닐까. 왠지 불편한 옷은 자신에 대한 핍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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