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뒤란, 항아리에 고인 빗물이 댓잎을 담고 더 파래진다
납작해진 굽이 몇 번의 쌓인 눈을 맞고도
발효된 둥긂을 지탱하고 있다
구실이 사라졌어도 침샘을 자극하는 웅크린 존재가
짭조름한 오래된 잔상이 점점 더 차갑게 번져온다

금방이라도 조물조물한 한 끼가 차려질 듯
시간의 각도가 바람을 덧대고 발자국 소리를 여 닫는다
쉼 없던 너덧 자식 조잘대는 온기를 기다리는 걸까
애물의 시간이 까치발을 들고
그림자 진 거리를 자꾸만 허락 없이 훑어본다

한세월, 살점 떨어져나간 귀퉁이에
허연 초승달이 감쪽같이 대신 담긴다

발 길 멈춘 지 오래

대숲, 그늘진 어둠속에서
무덤 같은 몸을 수그리는 어머니가
슬그머니 장독대에 앉아 완 속에 버무려지고 있다

박민례(여·55 ) 대전광역시 중구 태평로
심상 등단 백교문학상 대상
동서문학상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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