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대구시 "영남권 5개 시·도 합의한 당초 계획대로 추진돼야"
지역국회의원 "세계적 공항전문기관 용역·평가로 확장 결과 도출돼"
경제·사회단체 "정치적 목적에 눈 멀어 국책사업 뒤엎나" 강력 규탄

17일 오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민항기가 이륙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통해 “김해신공항안은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연합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에 정부와 정치권을 강력히 규탄하는 목소리가 경부.대구지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17일 정부의 부산 김해신공항안 사실상 백지화와 관련,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도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오랜 갈등과 논란 끝에 세계적 공항 전문기관의 용역을 거쳐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중요한 국가 정책 사업”이라며 “지난해 12월 부·울·경의 억지 요구로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작하면서 총리실에서는 ‘정치적 판단을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기술적 부분만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시도는 “그러나 이번 검증 결과에서 제기된 것처럼 기술적인 부분 등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해 추진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국가 균형 발전과 국민과의 약속은 뒷전이며, 오로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이며,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국가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국민과의 약속을 송두리째 깔아 뭉개는 정부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510만 경북대구민은 1300만 영남권 시도민의 염원이자 미래가 달린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도는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 대해서는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둘과 지역경제계와 시민단체도 잇달아 우려를 나타냈다.

지역국회의원 일동은 이날 ‘김해신공항 확장사업은 유지돼야 한다’고 공동성명을 냈다.

의원들은 김해신공항 추진에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총리실 발표는 이미 지난해 부산·울산·경남 검증단에서 제시된 내용을 재탕한 것일 뿐이라며 국토부에서도 이에 해명한 바 있고, 국토부의 종전 해명에 따르면 이번 검증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국책사업으로 전 국민의 관심 속에 5년간 추진되고,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 하에 세계적 공항전문기관(ADPi)에서 용역·평가로 김해신공항 확장이라는 결과를 도출한 상황”이라며 “결정된 국책사업이 갑자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뒤바뀌어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을 재검토한다고 하니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월성원전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경제성 평가가 뒤바뀌어 영구 폐기에 이른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김해신공항 사업 역시 아무 권한도 없는 총리실 검증위의 결론에 맞춰 백지화 절차를 밟는 것은 국책사업을 신뢰하는 국민에 대한 횡포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고 강조했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4년 넘게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된 것에 대구·경북 경제인들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히고 “이번 조치는 정부 스스로 김해신공항 확장이라는 자신들 결정을 뒤집는 것이다”며 “정치 논리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역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이하 추진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가 국책사업을 뒤엎는 선례를 만들고, 정치권이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대구·부산·울산·경북·경남 5개 시·도 합의에 따라 세계적인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밀양·가덕도·김해 3개 지역을 대상으로 용역 검증을 진행, 지난 2016년 6월 김해신공항 확장으로 결정한 국책사업이다”며 “그 결정을 근거로 국토부에서는 기본계획수립 용역까지 완료한 상황인데, 이 사업을 일부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것이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대한민국 정부란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검증 내용을 따지고 확인할 요량도 없이 그때와 비교해 정치권력이 달라진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이 정부는 국책사업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추진단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향후 보궐선거, 대통령선거를 고려한 발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100년 대계인 공항정책을 흔들거나 바꾸지 말고,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향후 있을 대선에서 표에 눈이 멀어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는 국책사업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며 “만약 검증위 발표대로 진행된다면 이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지 않고,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행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바뀔 때 마다 정해진 국책사업이 바뀐다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이며, 그에 따른 피해는 모두 우리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한 일”이라며 “추진단은 부·울·경의 가덕도 건설 음모 강행 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좌시하지 않고 막을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구경북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이하 본부)도 지방의 생존권을 담보로 십수 년을 절규해 온 영남인들에게 돌아온 정부의 대답은 예견했던 대로 ‘백지화’라고 비꼬았다.

본부는 2011년 이명박 정부와 2016년 박근혜 정부에 이은 세 번째 백지화라며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이름으로 논의가 시작된 신공항 건설 계획은 18년 세월을 넘어 또 좌초됐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의 이유는 언급할 가치도 없이 졸렬했고, 문재인 정권의 속내는 너무나 명료하다”며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부산시민에게 줄 달콤한 사탕이 필요했고, 김해신공항 확장보다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부산시민을 유혹하기에 더 강력한 흡입력을 가졌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백년대계가 걸린 영남권 최대 숙원사업을 정치가 또 덮어 버렸다. 강산이 바뀌고 정권이 세 번 바뀌어도 영남권신공항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변한 것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 대표마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눈멀어 가덕도를 지지한 마당이다”며 정부·여당을 ‘꽃놀이패’에 비유했다.

본부는 “주요 국책사업이 정권의 입맛대로 좌지우지되고 정치논리와 표심에 따라 우왕좌왕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며 “김해공항 확장안이 폐기된 지금, 두 차례 입지선정 과정에서 밀양에 뒤졌던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한다면 대구·경북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은 대구·경북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승복, 전재용 기자
양승복 기자 yang@kyongbuk.co.kr

경북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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