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도선 업무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도선사에게 내린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도선(導船)은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을 수로로 안전하게 이동시키거나 접·이안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활동을 말한다.

대구지법 제2행정부(장래아 부장판사)는 도선사 A씨가 포항해수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포항도선사회 소속인 A씨(64)는 지난 3월 5일 당직 근무자로 편성됐는데, 선박회사는 3월 2일 중국 텐진항에서 출항해 5일 포항항에 도착하는 선박의 도선을 요청했다. A씨는 텐진에서 출항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아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잠복기 환자로부터의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도선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당직이 아닌 부직 도선사에게 해당 선박의 도선 업무를 맡긴 포항도선사회 회장은 포항해수청 항만물류과장에게 A씨가 도선을 거부했다고 통보했고, 한국도선사협회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중국 기항 선박에 대한 도선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해양수산부의 입장과 함께 철저한 개인위생과 방역복 착용으로 도선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통해 포항항 도선사들에게 전달했다. 이에 부직 도선사는 3월 5일 A씨 대신 텐진항에서 출항한 선박에 대한 도선 업무를 수행했다.

포항해수청은 4월 1일 A씨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도선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도선사 면허증 반납일로부터 15일 동안 업무정지 처분했다.

소송에서 A씨는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해당 선박에 대한 도선을 유보했을 뿐 거절한 것이 아니어서 정당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생명과 신체에 위험의 우려가 있어서 도선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처분 효력이 존속할 경우 정년연장 신청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등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고령의 원고가 해당 선박의 도선 업무를 수행할 경우 코로나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 대처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도선 요청 수락을 유보한 것이거나 도선 업무를 수행할 도선사를 근무 편성표와 달리 변경해 달라는 의견 조율을 요청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도선 요청의 의사표시가 원고에게 확정적으로 도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원고로서는 감염 우려가 어느 정도로 높은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스스로 방호복을 구매해 착용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3월 22일 상당수 나라에서 중국에서 승선한 선원이 있는 선박에 대한 입항 자체를 거부한 점 등을 보면 코로나 감염을 두려워해 도선을 거부한 것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부직 도선사가 도선 업무를 일정에 따라 수행해 해당 선박의 입항이 지체되지 않은 점, 원고가 도선을 거부하기 이전 20년 동안 도선을 거부한 사례가 없었던 점, 해당 처분의 효력이 존속하는 경우 원고는 국가필수도선사로 선정될 자격을 잃는 데다 정년연장을 신청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큰 불이익을 입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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