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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의 I Love 미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오래된 것들
[김진혁의 I Love 미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오래된 것들
  •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 승인 2020년 11월 25일 16시 0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1월 26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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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오래된 사물과 시공간 속에 생활해왔다. 예를 들면 태어난 곳에서 한 동네에 지금도 살고 있다. 거주하는 곳도 삼십여 년이 지난 아파트 13층에 살지만 도심 속에 숲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라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운전하고 다니는 자동차도 연식이 17년째인 올드카 이지만 성능이 뛰어나고 고장이 별로 없어 잘 버티고 있다.

최근까지 운영한 학강미술관도 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택이었다. 멋을 내기 위해 옷을 구입할 때도 고가의 제품보다 중저가를 선호했다. 한번 구입한 옷이나 생활용품은 마르고 닳도록 사용하며 웬만하면 버리지 않고 고쳐서 재활용한다. 거주공간의 가구들도 오래전 구입한 것들로 천을 바꿔가며 재생하여 줄기차게 사용한다. 오십년 전 적어놓은 일기장도 보관하고 있으며, 그 시절에 제작한 청소년 시절의 습작들도 잘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은 일찍부터 사물에 대한 사랑과 애착으로 시작되었다고 본다.

기억을 더듬으면 초등학교시절 이야기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생전 실제의 말씀이다. “니는 어른이 되면 어떤 집에 살고 싶니” “그리고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니” 어린 필자 왈, “저는 주택은 작아도 되지만 마당은 넓고 전망이 탁 트인 곳에 살고 싶어요.” “또 그림을 마음껏 그리면서 하루하루 부지런하게 지내고 싶어요.” 이러한 대화를 나눈 것이 지금까지 기억난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발동되었다. 적당한 공간의 탁트인 마당과 정원이 있는 마치다별장인 학강미술관에서 사십여 년 간 거주하며 살았다.

마치다 고택(학강미술관)의 철수 후 실내 모습.

글씨 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특기가 되고 전공이 되었다. 동서양의 미학과 미술사를 배우게 되어 환희와 기쁨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학생들을 오랜 기간 지도하며 넉넉하지 않은 봉급으로 많은 미술품을 수장하였고, 드디어 미술관을 오픈하였다. 예술기획과 경영에도 참여하여 바쁜 나날을 보내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어린 시절 말한 여운이 어떤 운명의 법칙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자문해 본다.

동양의 고전에 삼라만상 모든 것은 변화되어 진행된다고 했다. 과거는 현재가 되어 미래로 나아간다고 하지만 미래는 과거를 쫓는 인터라망의 세계다. 순환되고 치환되는 사슬 속의 움직임이다. 작품을 제작하고자 오래된 사물의 오브제를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한순간도 지나치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도 발길에 부딪히는 우연한 물건들을 유심히 본다. 일상 속에서 새로운 예술을 창작하기 부단히 노력해본다. 탐사하고 채집하는 생물학자나 고고학자처럼 유심히 사물에게 말을 건네 본다. 일제강점기부터의 시간을 품은 학강미술관 고택에서 이사를 준비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코가 시리고 가슴이 울컥했다. 그 많은 소장품을 옮기는데 한 달이 넘게 소요되었다. 아름다운 마태산 이곳도 도시재생 이란 전근대적 명분으로 높디높은 고층아파트로 계획된다고 한다. 고택의 여러 문들을 떼어다 멀리 교외에 있는 창고에 보관하였다. 오래지 않아 문짝들이 서로에게 말을 건네며 소리칠 것이다. “나를 여기서 그냥 두지 말고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 밖의 관람객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올해도 벌써 11월 말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에는 장소성과 시간의 역사를 품은 마치다 고택을 주제로 평면, 입체, 설치, 미디어가 융합된 맛깔스러운 전시회를 펼치고 싶다. 그것은 지나온 과거가 미래를 품은 현재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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