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이 좋아 너를 닮은 공
우린 해가 기울어도 공을 던지지
나는 공이 좋아 허공을 흔드는 공
너와 함께 공중으로 손을 뻗으면
아직 몰라도 되는 허공이란 없지
나는 공이 좋아 광활한 허공
공중에서 너와 부딪치는 전율
나는 뛰어오를 거야,
너와 함께 어떤 것도 반짝이는 지금

<감상> 해가 져도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공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허공(虛空)을 마구 흔드니까 공을 좋아하지요. 허공(虛空)으로 날아오른 공은 막지도 막히지도 아니하며 공평하게 받아들이죠. 공중에서 공을 잡기 위해 부딪히는 전율은 대단하죠. 함께 뛰어오르는 순간만큼은 서로 반짝이는 시간이자 공간이지요. 둥근 공이 둥근 원에 들어가는 건 세상만사 둥글게 간다는 값이 없는 수, ‘0’의 의미도 있네요. 저 공처럼 자유롭게 뛰어놀고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공은 멀리 날아서 갈매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발을 디딘 땅의 세상은 꽉 막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퉁겨내기만 하니까요.<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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