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를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의회 의장이 7일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지 선언’을 했다. 이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정치 쇼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용으로 기획된 공항 입지 뒤집기에 전국 광역 시도의회 의장들이 동원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하는 얘기다.

‘가덕도신공항론’은 정치가 과학을, 정치가 국가 백년대계를 뒤집는 것이다. 14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지난 정권에서 영남권 신공항 입지로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이번 국무총리실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과정이 어떻게 자행됐는지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이런 무책임한 동조자 역할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지난 2016년 세계적 권위의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으로부터 “경제, 안전, 환경 측면 모두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ADPi는 반면 ‘가덕도신공항’에 대해서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크게 든다”며 밀양(2위)에 이은 3위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이런 결과를 낸 것이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가덕신공항이 경제성 측면에서 꼴찌 평가를 받았는데 코로나19로 모든 경제 영역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고, 특히 항공업계는 생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호전됐을 리 만무하다. 당시 ADPi 연구 용역 책임을 맡았던 공항 설계 전문가 장 마리 슈발리에는 “4년 전 결론이 여전히 최선이며 바뀔 이유 없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기술적인 합리성보다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하지 않기를 바란다”고까지 했다.

이렇게 과학적 검증과 합의에 의해 결정된, 그것도 천문학적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주무부처도 아닌 총리실이 주도해 재검증하고 꼴찌 평가를 받았던 가덕도를 공항입지로 적합하다고 뒤집었다.

가덕신공항론에 14개 시도 의장이 명분도 없이 동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사회 지도층이라면 영남권 5개 시도간 합의로 결정한 ‘김해신공항’ 입지 결정을 일방적으로 뒤집은 지역 이기주의를 질책하고,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정치논리로 결정하려는데 대해 지적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먼저 해야 한다.

14개 시도의장의 가덕신공항 지지는 불의와의 야합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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