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해 청년들의 아르바이트(알바) 자리는 없어지고, 자영업자들의 삶의 질이 급격히 낮아졌다. 고용의 질도 중요하지만 일률적 주52시간제 강행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는지 평가해 봐야 할 시점이다.

경주시 외동읍에서 전국 체인 형식의 편의점을 운영하던 50대는 심야 휴업이 가능한 작은 편의점으로 바꿔 영업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알바 채용에 부담이 돼 부부가 번갈아가며 매장을 경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에다 경기 부진으로 심야 매출도 변변치 않다. 이 부부는 365일 쉬지 못하는 근무 상황으로 인해 ‘주52시간’이나 ‘워라벨(Work Life Balance)’은 커녕 체력적 한계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는 하소연이다.

지난 2018년 최저임금제 인상에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알바를 채용해 운영하던 편의점 업주와 같은 자영업자들이 격무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알바고용주 워라벨 현황’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1%가 ‘워라벨이 없다’고 답했다.

고용주들의 월 평균 근무시간을 조사해 봤더니 30일 기준 255.8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주 40시간) 적용을 받는 일반 직장인 근로시간 176시간 보다 무려 80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식품·음료업종은 283.1시간, 편의·여가서비스업종 281.9시간으로 직장인 근로시간보다 100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이었다. 이는 심각한 주52시간제 시행의 어두운 면이다.

“형편이 되니까 장사하는 것 아닌가” 치부할 일이 아니다. 식품·음료업종 자영업자들의 휴일은 월 3.7일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기업형 편의업종은 365일 문을 열게 하기 때문에 알바 고용을 하지 않으면 휴일이 없는 지경이다.

자영업자들은 “수입이 줄어 알바를 고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죽을 병에 걸리지 않는 한 365일 가게 나가야 한다”고 하소연한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최대 근로시간 제한 등 근로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생계형 자영업 종사자들에 대한 실태 점검과 알바 지원정책 같은 보완입법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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