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처지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우리와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배고픈 아이들의 눈으로, 해고된 철강노동자의 눈으로, 당신 기숙사 방을 청소하는 이민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공감을 장려하지 않는 문화에 살고 있습니다.” 2006년 노스웨스턴대학교를 찾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다.

공감은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이 처한 상황과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구분해서 앞의 것을 ‘정서적 공감 능력’, 뒤의 것을 ‘인지적 공감 능력’으로 설명한다. 정서적 공감 능력은 무의식적인 것으로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인간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하는 ‘거울신경(mirror neurons)’ 때문이다. 공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행동을 마음으로 비춰보는 거울 신경 회로와 남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이 필요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그는 지난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에 대해 “걔만 조금 신경 썼으면 사고 안 났을 텐데”라고 했다. 또 공유주택의 공동식당운영 제안을 논의하면서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말했다.

집값 폭등 문제는 주택 수요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 공감 결여가 근본 원인이다. 변 후보는 스스로 “주택 문제 전문가” 라지만 공감의 거울신경이 깨진 사람이 무주택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지금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화 ‘원더우먼 1984’의 감독 패티 젱킨스의 말처럼 코로나19로 지쳐 있고, 집을 못 구한 사람들에게 지금은 “관대하고 친절한 영웅이 필요한 시기”다.

이동욱 논설주간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