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설문조사서 최다 득표…내로남불식 이중잣대 신조어로 표현

올해 교수들은 우리 사회를 사자성어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교수신문은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시타비가 32.4%(복수 응답 허용)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의 자세로 한해 내내 정치·사회 전반에 사사건건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됐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중잣대를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사자성어보다는 신조어에 가깝다.

1990년대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관용구로 정치권에서 쓰이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내로남불’이라는 줄임말로 회자한 후 아시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교수들은 어느 사회든 나름의 갈등이 있지만, 올 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정치·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시타비의 자세만이 두드러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위 먹물깨나 먹고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의 어휘 속에서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 그리고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아시타비가 올해의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딱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됐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스러운 언행으로 치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21.8%)였다.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 같이 비슷한 상황을 꼬집는 표현으로 꼽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어려움을 빗댄 ‘첩첩산중’(疊疊山中·12.7%)은 네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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