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공자는 효경에서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가르쳤다.

이에 따라 조상들은 머리털 한올도 함부로 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효로 여겼다.

지금은 그때와는 세상이 달라져 이발을 하여 머리카락을 버리지만, 그렇다고 ‘신체발부수지부모’가 효의 시작이라는 의미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2020.09.22.)에 따르면 2016년 25.6명이던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자살자수)이 2019년엔 26.9명으로 더 높아져 OECD 1위라는 오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는 하루 평균 38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셈이다.

2019년 자살은 전체 연령대에서 한국인 사망원인 5위였는데 10~30대에서는 자살이 사망원인 1위였다.

머리털 한올도 소중히 여기시던 조상님들이 통곡할 노릇이다.

청소년 자살율이 타연령층에 비해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청소년기의 우울증이 이 시기의 발달적 특징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칠 때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며 자살에 대한 생각 및 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리고 청소년기가 갖는 특징 중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로 일시적으로 많은 혼란을 겪게 되는 것도 직간접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표적으로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 방역으로 불규칙적인 학교생활로 인해 코로나 블루(blue)라는 우울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코로나 K-방역 못지않게 각급 학교에서는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교육을 위한 마음방역이 절실한 상황이다.

청소년 스트레스의 원인은 1위가 학업문제, 2위가 가족 간의 갈등 등으로 나타나는 것에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 자살은 자살 사례 중 92%가 사전에 경고신호를 보내는데도 가족 중에 21.4%만이 경고신호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통계도 주목할 만하다.

청소년 자살의 위험신호를 살펴보면 ‘요즘 잠도 잘 안오고 불안해’‘정말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이런 말들이 자살에 앞서 보내는 신호의 단적인 예라고 한다. 극단적 선택을 결정케 하는데는 마음의 고립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각급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의 불행을 예방하고자 Wee 클래스와 Wee 센터 상담교사가 중심이 되어 모든 교직원들과 자율동아리 학생들의 봉사활동 등으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자체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말못할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생명의 전화(1588-9191), 자살예방 핫라인(1577-0199), 청소년 전화(1388), 자살예방 전화(1393) 등이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 소중한 삶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며 어려운 고비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40일을 못 먹어도 죽지 않지만, 사흘을 사랑과 인정을 못 받으면 자살을 선택한다는 말을 우리는 의미 있게 받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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