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떠난 뒤 후회하지 말고
곁에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해요,
지금!

뭔 말이야
당신 사랑하는 거 정말 몰라
시든 풀잎처럼 말하지 말고
나 없으면 잘살 수 있을 것 같아
횃대 위 장닭처럼 뻐기지 말고
다섯 살 아이처럼 날뛰지 말고
열네 살 아이처럼 사고 치지 말고
스무 살 아이처럼 떠나가지 말고
예순 살 아이처럼 못되게 퉁퉁거리지 말고

지금 말해요, 사랑한다고
속 깊은 사랑
나중에 말한다고 아끼지 말고
지금 말해요, 사랑한다고
빨리!


<감상> 당신의 사랑이 왜소하지 않다면 지금, 당장, 빨리 사랑한다고 말해 봅시다. 이십 대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이었으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 떠나보낸 적이 있지요. 연륜이 쌓일수록 퉁명스럽게 퉁퉁거리지 말고, 자존심 접고 이슬처럼 사랑한다고 말해 봅시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얼마나 싱싱한 말로 다가오겠습니까. 이냥 하는 것 우회적으로, 은유적으로 하면 더욱 멋이 있을 겁니다. 잘하면 여기서 시 한 편 탄생할 수도 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하면 할수록 마르지 않는 샘처럼 사랑이 더 두터워질 것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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