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은 걸프만(이란명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관문이다. 걸프만에 인접한 산유국에서 원유나 천연가스를 싣고 대양으로 나가려면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바다를 빠져나가야 한다. 이곳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3분의 1 정도가 운송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은 40㎞도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큰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수심인 뱃길은 해협 중앙의 4㎞ 정도에 불과하다.
이 호리병 목 같이 생긴 해협이 패권 싸움의 격전장이다. 걸프만의 패권을 두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란은 핵 개발과 관련 미국과 긴장이 고조될 때 마다 해협 봉쇄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자국의 유일한 원유 수출 길인 호르무즈를 봉쇄하는 것은 오히려 자해행위다.
지난 4일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나포됐다. 이 배에는 선장과 항해사 등 우리 국민 5명,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선원 등 모두 20명이 타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규군과는 별개 군대 조직이다. 신권국가나 마찬가지인 이란의 이슬람 체제 수호가 주요 임무다. 이슬람최고혁명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약 12만 명에 이르는 육·해·공군, 특수·정보부대 등의 병력을 소유한 정규군을 능가하는 무력조직이다.
이란 정부는 해양 오염문제로 선박을 억류했다지만 이란혁명수비대의 한국케미 나포 배경이 이란 정부 대변인의 발언에 잘 드러난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70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원하는 것은 동결 자산의 반환이나 현물이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원자재 등 구체 물품 목록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란은 한국에 동결돼 있는 석유대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란 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는 미국과 공조해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한다.
- 기자명 이동욱 논설주간
- 승인 2021.01.07 17:06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08일 금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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