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인생은 시공간 세계로 이뤄졌다. 흔히 생애라 불리는 시간은 기껏해야 백 년을 넘지 못한다. 한데 공간은 이와 달리 신축적 함의를 품었다. 개개인 삶의 질적인 차이는 장소와 밀접히 연결된다. 여행은 이를 확장시켜 생명을 고차원 경지로 이끈다.

인간은 유람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생활을 풍요롭게 이룬다. 진귀한 음식을 찾는 욕구도 그중의 하나다. 가장 높은 행복감을 느끼는 일상적 행동은 ‘먹기와 말하기’다. 특히 ‘먹방’으로 상징되듯이 다들 먹는 행위에 열광한다. 그 본질은 뇌에서 발생하는 쾌감이란 경험에서 비롯된다.

광합성 작용을 하는 식물과 달리 동물은 외부 음식물 섭취로 에너지를 얻는다.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자 본능이 고안한 기제가 바로 쾌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에 빠지는 근본적 요인이기도 하다.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은 프랑스 거장 셰프의 2년간 다큐이다. 7개국에 최고급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미슐랭 스타 21개를 보유한다. ‘왕의 입’이란 뜻을 가진 오흐 레스토랑은 베르사유 궁전이 보이는 요지에 위치해 손님을 환상으로 이끈다.

최고의 식재료를 얻고자 각국을 넘나들며 몸소 살피는 모습은 명불허전. 프랑스 대통령과 모나코 국왕 같은 정재계 거물과 식사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요리 철학 담론은 찬탄을 자아낸다.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위대한 예술이다. 그는 말한다. 요리에는 영혼이 깃들어야 한다고.

음식에 대한 관념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미식예찬’이란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프랑스 해안가 남자들이 허약한 이유는 물고기를 먹기 때문이다. 자고로 남자는 사슴이나 소 같은 고기를 섭취해야 한다.’ 육류는 해롭고 어류는 이롭다는 오늘날 건강식 식단으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생명체 탄생 과정을 보면 곤충은 다른 동물에 비해 이른 시기에 출현했다. 35억 년 전쯤 바다 속에서 단세포 미생물이 처음 등장한 이후 다세포 생물이 육상에 나왔다. 양서류·곤충·파충류·포유류·조류의 순서다.

이들 곤충은 식용의 역사가 길다. 고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언급했을 정도다. 중장년은 어린 시절 길거리 간식인 번데기를 먹은 추억을 가졌다. 담백하게 씹히면서 짭조름한 뒷맛에 자꾸만 손길이 갔었다. 그런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에라는 곤충을 즐겁게 섭식했다.

18세기 인물인 카사노바는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일컫는다. 매일 아침 즐겼다는 생굴과 여성을 유혹한 초콜릿은 로맨틱 푸드의 상징. 그가 애착을 보인 식료품 가운데 하나는 구더기 치즈인 ‘카수 마르주’로서, 이탈리아 사르데냐 특산품이다.

이는 치즈덩이에 파리가 알을 낳도록 유도해 구더기가 치즈를 파먹어 액체를 분비해 만든다. 정력 식품 취급을 받는 유제품. 그 독성 때문에 구더기가 살았을 적에 먹어야 안전하다고. 카사노바는 곤충의 부산물을 간접적으로 애용한 셈이다.

각국엔 곤충 요리 전문 식당이 개업하는 추세다. 지난해 캄보디아에서 거미와 전갈 등으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점이 생겼고, 2008년부터 곤충을 식품으로 상용화한 미국은 개미와 메뚜기가 주요 메뉴인 레스토랑이 뉴욕에 있다고. 해마다 9월 7일은 ‘곤충의 날’이다. 그 환경적 영양적 가치를 알리고자 제정된 법정기념일. 언젠가 미슐랭 스타를 획득한 곤충 요리 식당의 성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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