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복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장
엄기복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장

대구에 괜찮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괜찮다는 것은 직원이 일하기에 괜찮다는 것이다. 과거의 일터는 하루 종일 일하고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당연히 하는 것으로 가정이나 개인생활보다는 항상 일이 먼저라는 구태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워라밸(Work & Life Balace)’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을 평가할 때, ‘매출 증가’도 중요하지만 ‘워라밸 경영’도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 됐다. 특히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는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워라밸이 중요하다.

대구지역의 기업현황을 보면 사업체의 99.9%가 중소기업이고 그중 5인 미만의 사업자가 대부분으로 직원들의 워라밸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여유가 없다고 미루는 사이에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 삶의 만족도 최하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는 국가가 되었다.

주변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정부도 이에 맞추어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워라밸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 경영을 하는 기업을 인증(2020년 기준 4340개사)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는 2021년 7월, 5인 이상 사업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일ㆍ생활 균형 기업 참여 캠페인, 워라밸 관련 제도 시행 보조금 지원 등을 시행하며 기업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2015년 대구일가정양립지원센터를 설립해 지역의 워라밸 문화 확산을 위하여 노력한 결과 2014년 19개사였던 가족친화인증기업이 2020년 134개로 증가했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이 늘어나 지역의 새로운 가족친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안전 분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대구시 남구 소재 W사는 10여 개의 사내 동아리활동을 지원하고 3층 건물 중 한 층을 직원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재량근무제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1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소규모 건축기업 달성군 소재 S사는 자유로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단시간 근무(10시~4시) 육아여성직원 채용, 가족기념일 조기퇴근 등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직원만족도가 높아졌다. 3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의료기 생산업체 달서구 소재 M사는 주 52시간제 근무 준수, 자유출퇴근제, 탄력근무제, 대체휴무제, 집중근무시간제 등을 운영하여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라는 커다란 물결이 우리에게 왔다. 대구에도 괜찮은 기업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 규모에 관계 없이 많은 기업들이 이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이미 늦은 감도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우리에게 다가온 워라밸의 물결을 타고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가 행복한 일터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워라밸은 우리를 성공과 행복으로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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