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코로나 겹쳐 선듯 나서는 후보 없어
민선시대 이후 사회적 위상 하락도 요인 중 하나

김천상공회의소 전경

오랜 경기 침체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자 지역경제 수장인 상공회의소 회장 모시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884년 창립한 이후 우리 나라 상공업의 태동과 발전을 함께해 왔으며, 현재 전국 73개 상공회의소가 18만 상공인을 대변하는 국내 대표 경제단체다.

경북·대구 지역은 지난 1906년 대구민의소로 출범한 대구상공회의소를 비롯 경북지역 10개 시군 상공회의소가 결성돼 운영 중이다.

특히 상공회의소는 법적 지위가 확보된 법정단체로 지역별 상공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면서 3년 마다 치러지는 회장선거가 과열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요인으로 떠오르기 일쑤였다.

포항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적인 철강 경기 침체 이전에는 선거 때마다 경선이 치러지면서 후유증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의회장이 올해 선거를 목전에 두고도 경북·대구 지역 11개 상의 대부분이 마땅한 후보군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상공회의소의 경우 통상 선거연도 초만 되면 윤곽이 드러났지만 올해는 이재하 현 회장의 연임의사는 물론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조차 없어 연임추대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상의회장은 그동안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 후보가 나지만 지금까지 부회장 18명 중 출마의사를 밝힌 사람이 없다는 전언이다.

경북 최대도시인 포항과 구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항상의의 경우 오는 3월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김재동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고, 부회장단 중 1명이 차기 회장으로 나설 것이라는 설만 나돌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구미상의 역시 조정문 현 회장이 ‘마땅한 후보가 출마하면 타 상의회장 임기에 맞출 수 있도록 1월말 사퇴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회장 후보군 윤곽조차 잡기 힘든 상황이다. 조정문 회장은 도내 대다수 상의회장 임기가 2월 말 전후인 것과는 달리 구미 상의는 6월 말이어서 조기사퇴를 통해 타 상의와 임기를 맞추려는 의지다.

경주상의도 차기 후보군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상당수 상공인들이 최순호 현 회장이 연임해 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상의의 경우는 차기 후보가 추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히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도내 유일한 군 단위 상의인 칠곡상의의 경우 대구지역 기업들이 칠곡으로 본사나 공장을 운영하면서 상공의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번 회장 선거를 앞두고도 뚜렷한 후보군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천과 안동상의의 경위 2명~3명의 후보군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공식적인 출마 의사를 밝힌 게 아닌 데다 지역 상공계가 ‘어려운 시기에 경선으로 인한 지역 분열보다는 추대를 통해 통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상공회의소 회장선거를 앞두고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심각한 경제 위기극복을 위해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인식과 각종 이익단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의 회장의 위상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생존에 주력해야 하는 터라 큰 실익이 없는 상의회장 자리로 눈을 돌리기 어렵다는 게 지역 상공계의 설명이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민선 자치시대 이후 상의회장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특별한 실익없는 봉사나 다름없는 상의회장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그동안 경선으로 인한 갈등과 분열 후유증이 만만찮다는 경험들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경제·행정사회부 종합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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