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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낙수효과 분수효과
[사색의 향기] 낙수효과 분수효과
  • 정극원 대구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 승인 2021년 01월 13일 15시 54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14일 목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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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그 누구라도 희망을 품고 삽니다. 희망의 출발점은 한 개인으로서, 한 가족으로서, 한 국민으로서 입니다. 개인으로서, 가족으로서의, 국민으로서의 희망과 염원은 그 내용에 있어서 다르지 않습니다. 건강과 행복과 부국이 그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물의 어김없는 법칙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입니다.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행여 웅덩이라도 있다면 그곳을 다 채우고서 비로소 아래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위의 것을 채우지 않은 채 아래로 흐르는 물은 없는 것입니다. 이른바 아래로 흘러내리는 낙수효과입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합니다. 최고의 선은 마치 물의 흐름과 같은 것입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지는 흐르는 물의 적심을 통하여 잎과 꽃을 피우고 종내에는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고립된 개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었고, 그 최강의 단위가 국가입니다. 마치 물의 흐름처럼 모든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 국가에 부여된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입니다.

논밭이 다 말라버리는 가뭄이 시작될 즈음에는 나무들은 조금이라도 더 수분을 움켜쥐려고 합니다. 각자도생입니다. 가뭄이 더 오래가면 잎사귀가 그나마 뿜고 있던 수분을 다 증발시키게 됩니다. 그 수분이 모여서 구름이 되고 그 구름이 비를 만들어 대지를 적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위로 뿜어내는 분수효과입니다. 지혜로운 나무들입니다. 인간의 심성은 분수를 닮은듯합니다.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빛나는 것은 그 반증입니다.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팩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의 수많은 명장면 중에서 유독 트레비분수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마치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처럼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하여 뿜어내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지역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골이 더 깊어지면 봉합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러다가는 수선으로는 꿰맬 수가 없게 됩니다. 개인과 개인 간에도 생각이 다르고, 가족 간에도 뜻이 같지 않은 경우가 허다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국가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생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성은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는 에너지가 됩니다. 다른 것과 다른 것이 부딪히지 않고 서로 존중하고 받아드려 융화하면 그렇습니다. 지역을 이유로 갈등하는 것은 다양성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덜 뺏기고 더 뺏어오기’의 소아적인 이기심의 발로이고 피해의식의 결과인 것입니다.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움이 앞섭니다. 동질감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고향과 출신 지역에 관계없는 반가움입니다. 그 무엇을 나누어도 아깝지 않은 마음입니다. 가두는 것이 아니라 열어놓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것이 국내로 돌아오면 그 마음은 다 어디로 가고 오로지 자신 안에 가두고, 가족 안에 가두고, 고향에 따라 분별하고, 지역으로 나눕니다. 골 깊은 지역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선진 국가로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국가는 정책의 수행에 있어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를 살펴야 하고, 국민은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던 그 마음 그 자세를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 선진 국가로 도약하는 희망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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