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단] 남방큰돌고래
[아침시단] 남방큰돌고래
  • 현택훈
  • 승인 2021년 01월 17일 17시 03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18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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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건
바람 속을 헤엄치는 것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건
음악 속을 헤엄치는 것
차창에 흐르는 빗방울을 사진 찍는 건
시간 속을 헤엄치는 것

우리는 모두 바다 속을 유영하(겠)지
월정리 바닷가 고래가 될 카페 이름처럼
고래가 될, 아니 이미 고래가 된
사람들, 마을들, 슬리퍼들
너의 마음속에서 헤엄치던 날이 있었지
어린 마음은 낯선 공항의 검색대에서처럼 불안했지
이제 다시 만난 자유는
푸른빛 자전거 페달처럼 돌아가지

시간 속을 헤엄치는 건
구럼비 앞 바다 속을 헤엄치는 것
바람 속을 헤엄치는 건
태국 소녀의 발가락을 간질이는 것
음악 속을 헤엄치는 건
제주도 바다를 한 바퀴 도는 것

<감상> 우리는 돌고래처럼 늘 헤엄치고 다니지. 이미 고래가 되었거나 이제 고래가 될 고래의 후예로 살고 있지. 네 마음속으로 가려면 얼마나 헤엄쳐야 도달할 수 있을까. 마음을 얻는다는 건 바로 리듬을 탄다는 것, 리듬을 타기 위해 오늘도 기타를 연주하지. 리듬을 타기만 하면 자유롭게 바다 속을 유영할 수 있을 것 같아. 시간과 바람과 음악 속을 헤엄친다는 건 수평선을 얻는 것과 같지. 수평선을 얻으면 경계를 무너뜨리고 자전거 페달처럼 둥글게 돌아가지. 그러다 생이 다하면 돌고래처럼 주둥이와 등으로 죽음을 바다 위로 헹가래칠 수 있을까.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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