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옥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 팀장
서영옥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 팀장

2020년은 ‘안전불감증’을 실감한 해였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가 일상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생경했던 유해 바이러스와 마주한 우리는 익숙한 삶의 패턴들을 수정하며 거리두기와 분리 등의 새로운 삶의 규칙 준수에 적응하는 중이다. 불안감과 긴장감 속에서 맞이하는 일상은 냉소뿐만 아니라 위기를 동반한다.

이 시대를 위기로 몰고 가는 요소는 코로나19 외에도 많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삶의 ‘경직’을 경험한다.

반면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위축보다 상생을 도모할 때다.

긴장감을 풀어주고 삶의 패턴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삶의 활력과 진일보는 정치나 경제의 역할만이 아니라 예술적 신념으로도 실현 가능하다.

예술의 역할 중 하나는 ‘삶의 환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미술관(또는 전시장)은 미(美)의 보고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삶의 행간을 읽으며 치유를 도모하는 곳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생명의 안전과 관계의 소중함을 실감한 예술가들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점검하게 된다.

바로 2021년 1월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이 기획한 ‘힐링 & 필링展’의 출발점이다.

(재)수성문화재단(이사장 김대권) 수성아트피아에서는 1월 26일부터 2월 24일까지 기획전 ‘힐링 & 필링展’을 개최한다.

취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삶을 위한 예술 추구’다.

다른 하나는 ‘사유하는 미술’이다.

‘힐링 & 필링展’의 취지는 위기의 현재를 예술로 승화시켜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풀어나가자는데 있다.

예술로 삶 속에 드리운 위기와 두려움을 헤쳐 나아가 조화로운 삶의 태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시대 요구에 대한 예술의 역할 점검 및 반응이다.

하여 이번 기획에 참여하는 작품은 무겁고 힘들었던 경험을 상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유에 더하여 예술을 통한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데 집중한다.

시대의 위기를 견지한 작가들이 미술작품으로 경직된 삶을 이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예술을 통한 공감각에 자신을 맡겨보는 것도 삶을 환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마음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거나 지혜를 우리 안에서 찾아보는 것도 해법은 될 수 있다.

미술작품이 지친 삶을 낫게 할 처방이나 특효약은 아니지만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복잡한 일상을 필터링하고 삶의 활력을 재생시켜줄 것이라 기대한다. 관람자는 예술작품 감상을 통해 삶의 선순환적인 동력을 찾았으면 한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김문숙(60대), 나동석(20대), 박지훈(20대), 배윤정(30대)(가나다순) 4인이며 경력과 나이, 학연, 성별을 전시초대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이들은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통찰하고 시대의 요청을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전시 참여에 의지를 보인 작가들이다.

‘힐링healing & 필링feeling’展은 정적인 예술작품과 동적인 예술작품을 동시에 전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삶의 주변은 낮과 밤, 음과 양처럼 서로 상반된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 유동한다.

참여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업방식과 가치관, 예술철학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새해 출발지점에서 삶의 정화와 환기를 돕는 신호탄이 되었으면 한다. 더하여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게 삶의 동력을 제공하는 발아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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