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협 법무법인 신라 변호사

부동산매매계약을 하고 매매대금을 정함에 있어서 그 지급기한을 정하고 그때까지 지급을 하지 못하는 경우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거나 혹은 매매대금을 특정 지급시한까지 지급하였을 경우에만 유효하다고 특약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매수인의 자금사정 등으로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매매계약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 문제된다. 특히 부동산의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매도인측에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부동산의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 매수인측에서 동일한 주장을 할 여지가 다분하다.

필자의 담담사안으로,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카합51**결정(항고심인 대구고등법원 2020라3**결정 역시 동일하게 판단하였음)은 “위 특약사항은 매수인이 일정한 시한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매매계약을 무효로 하기로 하는 해제조건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특약사항에서 정한 시한까지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으므로 해제조건이 성취되어 무효로 되었다고 판단된다”라고 판단하였다.

이와는 달리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1다32022 판결은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수인이 잔대금지급기일까지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그 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취지의 약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의 잔대금지급의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으므로 매도인이 잔대금지급기일에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여 매수인에게 알리는 등 이행의 제공을 하여 매수인으로 하여금 이행지체에 빠지게 하였을 때에 비로소 자동적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된다고 보아야 하고 매수인이 그 약정기한을 도과하였더라도 이행지체에 빠진 것이 아니라면 대금 미지급으로 계약이 자동해제된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하여, 자동해제특약을 형성권적 해제권 특약으로 판단한 것과 대비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살펴보면 위 판례의 입장은 모두 타당하다. 대법원 판결 사안은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등 각 지급시한을 각 별도로 정하였으나 잔금지급이 지연된 사안인 반면, 위 하급심 판결은 PF대출실행에 따라 중도금 지급시기 없이 한 번에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민영사업과 같은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까지 무효로 보지 않을 경우 장기간 매도인의 지위가 불확정적이어서 불안정한 법률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으로, 매우 타당한 판결이다.

결과적으로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지급기한을 별도로 정하여 각 단계별 대금이 미지급되는 사안에 있어 자동해제 내지 무효 특약은 내용증명 등과 같이 별도의 매매계약의 해제의사표시가 필요한 반면(형성권적 해제권특약), 별도의 중도금 지급기한을 생략한 채 일정한 기한까지 일률적으로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사안에 있어 자동해제 내지 무효 특약은 별도의 매매계약의 해재의사표시 없이 기한의 도래만으로 매매계약이 무효(해제조건부 매매계약)가 된다는 점을 깊이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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