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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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렁이의 살을
이쑤시개로 빼 먹는데
우렁이의 새끼들이 사각거린다

이놈들이 어미 살을 파먹고
세상에 나온다는데 나와 보면
어미가 끌고 다녔던

빈 껍데기만
횅댕그렁할 것 아닌가

험상궂은 생 하나가

가만히 나를
만지고 간다


<감상> 우렁이 새끼들은 어미의 살을 파먹고 살았다. 나도 어미의 입속에 들어갈 것을 손으로 빼앗으며 살았다. 어미가 끌고 다닌 빈껍데기를 발견하기까지 어떤 시간들이 지났을까. 아무 의식 없이 어미가 주는 젖을 빨고, 당연히 주는 학비 봉투를 받아 공부했고, 장가가서도 손을 벌려 집을 장만했다. 기댈 언덕이 있으니 나는 응당 받을 몫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미가 떠나고서야 횅댕그렁한 빈 껍데기를 발견하고 후회한다. 살아생전에 어미에게 번듯한 옷 한 벌과 구두 하나 사준 적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 내가 자식들에게 살을 발라주고 점점 노예가 되어간다. 내가 어미의 바통을 이어받고, 또다시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험상궂은 삶이여!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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