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2020년 1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변화와 그린뉴딜을 연구하는 의원모임 주최로 긴급세미나가 개최되었다.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확인되면서 열린 긴급세미나는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의 반 기후 정책에 편승하면서 ‘기후 악당국가’로 국제적으로 낙인찍힌 현실에 대한 확인과 함께 새롭게 다가올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세계체제와 무역시장을 통해 닥쳐올 기후 라운드 압박에 대한 깊은 당혹감과 함께 전략마련의 시급성을 공유하면서 끝맺었다.

지난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2018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은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7억2,760만 톤을 기록하였으며 국제사회는 한국이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면서도 해결 노력이 미미한 ‘기후악당 국가’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지난 정부들도 온실가스 감축 선언을 항상 해왔지만 이행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에 예상 배출량의 30%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선언했고 2009년 UNDP는 한국을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인 2010년 한국은 감축은커녕 온실가스 배출량이 0.8% 늘어났다. 2015년 박근혜 정부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 50만개 일자리 창출’을 선언했지만 온실 가스는 2014년 6억5,910만 톤에서 매년 증가해 2018년 현재 7억2,760만 톤으로 늘어났다. 결국 10년 동안 선언만 있고, 제대로 된 감축 노력은 없었던 것이다.

2020년 국제사회가 평가하는 한국의 현실은 어떠할까?

저먼워치, 기후행동네트워트의 ‘기후변화 성과지수 2020 (CCPI)’에 따르면 61개 나라 중 한국은 100점 만점에 26.75로 4위인 75.77의 스웨덴. 30위인 48.16의 중국에 크게 뒤처져 58위를 기록하고 있다. 1인당 온실가스 발생은 16.22로 59위, 에너지 효율화는 61위로 꼴찌이다. 한국은 2030년 파리기후변화협정 감축목표달성 이행역량을 평가하는 4개 영역이 모두 0점 처리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평가항목 중 재생에너지 영역의 성장 속도 부분은 100점을 맞아 성장 속도는 매우 높지만 재생에너지 비율은 꼴찌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기후행동추적(CAT)은 2016년 한국을 기후변화 해결에 전혀 노력하지 않는 ‘기후악당 국가’로 평가했다. 추적은 2020년 7월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 추진 결정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줄이기 노력을 하지 않는 그린뉴딜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이 2030년 파리기후협정 목표 이행에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탄소추적(Carbon Tracker)은 한국이 갖고 있는 석탄 화력 발전소와 석탄 산업은 정부가 지원하면서 시장가의 하락을 고려하지 않고 유지시키고 있어 120조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자초자산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2020년 9월 캘리포니아 유세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기후 방화범’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역대 미 대통령들과 후보들 중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기후 정책을 제시했다. 바이든의 기후 정책은 청정에너지 정책과 환경정의, 시민공동체 보호와 혜택의 확대를 포괄하면서 미국의 당면한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해결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민주당은 『청정 에너지 혁명과 환경정의를 위한 바이든 플랜』을 2020년 7월 채택했다. 간단히 실행 계획을 살펴보면 바이든 정부는 집권 4년간 연방정부 예산 2조 달러를 투자하고 민간과 주정부 등에서 5조 달러를 추가로 조성하며 연방 지출의 40%를 기후변화, 경제위기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공동체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한다는 재정계획과 산업부문에서는 1960년대 아폴로 계획 예산의 2배인 4천억 달러를 투자하여 일자리와 중간층을 늘리고 온실가스는 줄이는 저탄소 제조업 국가전략을 수립한다고 제시하는 등 과감하면서도 구체적이다.

문제는 2050년 넷 제로를 선언한 바이든 정부가 기후변화대응을 국내뿐 아니라 기후변화대응 세계 체재로 확장하면서 세계 무역시장을 중심으로, 그리고 탄소조정관세를 무기로 미국의 기후변화 코드를 세계 표준으로 확립하고 무역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Buy America 전략’을 구체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시장의 그린라운드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은 여기에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One-Top으로 EU와 중국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세계 체제에 대해 한국의 또 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51번째를 맞는 지구의 날에 이미 기후정상회의를 제안해 두고 있다.

‘기후악당 국가’ 한국이 이 거대한 새로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에너지 효율화를 우선으로 파리기후협정에 대한 종합적 이행, 탄소세 도입과 기후 행동 공동체의 활성화 등에 우선 집중하면서 늦었지만 20세기의 탄소 문명 패러다임을 21세기 탈탄소 패러다임으로 전면적 이행과 전환을 시대적 요청으로 수용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탈탄소 비전과 정의로운 전환이 생략된 기존의 ‘한국형 그린뉴딜’을 새롭게 구성하는 지점을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이 수혜자가 되지 않는 기후변화정책은 불가능한 비전이다. 시민의 공감과 시민적 합의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라는 점이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대장정의 가장 중요한 동력임을 바이든 정부는 명쾌하게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 재정계획에 표시하고 있다. 2조억 달러의 연방 예산 중 40%인 8000억 달러를 공동체 이익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바이든 정부는 발표했다. 한국형 그린뉴딜 76조 예산의 수혜자가 대자본 영역에 집중되어있다는 비판은 새로운 탈탄소 사회로 향한 전환이 국민적 합의를 동력으로 한 거대한 장정이라는 지점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