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공권력(公權力)의 사전적 개념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국민에게 명령하고 강제하는 권력을 말한다. 대개는 민중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정당한 공권력을 경험하고 체득할 기회가 적었다. 조선은 반상(班常)의 규율을 근간으로 한 신분제·관료제 사회였고, 이어진 일제강점기는 폭력과 억압의 시대였다. 광복 이후는 권위주의와 통제로 국민을 통치한 군부독재 시대였다. 문민정부에 들어 비로소 국민들에게 공권을 나눠주기 시작했으니, 국민에게 공권력은 부정적인 뉘앙스이고 국가 역시 제대로 된 공권력을 확립할 여지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권이 있는 국가나 자치권이 있는 지자체라면 응당 공권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공권력을 통해 우리 사회질서를 유지하므로 공권력은 매우 중요한 국가기관의 권한이다.

공권력은 권력의 일종이다. 따라서 권력을 행사하는 측과 권력행사의 영향을 받는 측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공권력의 주체인 국가나 지자체는 적시적절하게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최근 입양부모가 아이를 잔혹하게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유치원 교사와 소아과 의사가 3번이나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경찰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민원과 책임을 우려하여 국가기관인 경찰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방기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 대응에 대한 사후책임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권력의 영향을 받는 국민들은 공권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벌어진 코로나19 확산사태에서 일부 종교단체나 국민이 공권력을 무시하고 사회적인 손실을 입힌 경우가 있었다. 다른 예로 의성군 쓰레기산 사건 역시 폐기물처리업체의 대표가 사익을 위해 지자체의 공권력을 무시하고 사회적 해악을 끼친 사건이 있었다. 전국적으로 세금으로 치운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이 96곳에 달하고 이 중 처리비용을 받아낸 곳은 7곳에 불과하다.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의 공권력이 얼마나 만만했으면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나몰나라 하는 것인가. 또 지자체가 구상권을 통해 처리비용을 받아낸 곳이 소수에 불과하다고 하니 지자체 역시 엄정한 공권력을 행사할 능력과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적시에 적절한 공권력의 행사는 우리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공권력의 행사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해당 공권력의 범위, 내용, 재량의 범위, 적극행정의 면책 등을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권력의 행사는 사회적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셋째, 공권력의 영향을 받는 국민은 민원남발 등을 이용하여 개인 혹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사익화하지 않아야 한다. 즉 공권력의 주체는 적절한 내용과 대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국민은 정당한 공권력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서구사회는 시민혁명 등을 통해 국가와 시민이 공권력을 균형을 찾아왔다. 우리나라 역시 동학농민혁명, 3·1만세운동, 2·28민주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등의 시민혁명이 있었고 괄목할 만한 민주화를 이루었으나 서구사회에 비해 역사와 경험이 부족한 편이다. 착한 공권력, 적절한 공권력,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와 이에 대한 존중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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