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상인-유족에 '테마파크' 사용 다르게 말해 화 키워
2·18안전문화재단·추모공원 반대위 "대구시가 책임져라"

18일 오전 대구 동구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크에서 열린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8주기 추모 행사가 유족과 인근 상인 간 갈등으로 얼룩진 채 마무리됐다. 사진은 상징탑으로 진입하려는 상인을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현수막 떼면 재물손괴죄로 신고합니다. 사진 다 찍어뒀어요.”

18일 오전 대구 동구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파크. 이날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8주기 추모식이 열린 테마파크 상징탑 인근에는 팔공산 동화지구에서 영업하는 상인과 주민 등으로 구성된 ‘팔공산추모공원 반대투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추모식 반대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여기는 추모공원이 아니다. 유족들은 당장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테마파크에서 계속 추모식이 열리면 팔공산 관광 이미지와 상권 위축을 우려해서다.

현장에는 경찰 200여 명이 동원돼 혹시 모를 충돌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비대위 측이 상징탑에 ‘추모관련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대구시의 2006년 공문을 현수막으로 제작해 걸어두자, 이를 제거하려는 유족 측과 상인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족과 상인의 갈등은 대구시의 미숙한 행정으로 비롯됐다.

테마파크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계기로 2008년 12월 개관했다. 국민성금 50억 원과 국·시비 200억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건립 당시 대구시는 반대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상인들에게는 테마파크가 추모공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족에게는 테마파크가 결국 추모공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대구 동구 팔공산 시민안전테마크에서 열린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8주기 추모 행사가 유족과 인근 상인 간 갈등으로 얼룩진 채 마무리됐다. 사진은 한 유족이 오열하고 있는 모습. 김현수 기자.

추모식에 참석한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장도 “대구시는 유가족들과 상인들에게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지게 하도록 했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책임은 대구시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의 미숙한 행정은 이번 추모식에도 이어졌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테마파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2·18안전문화재단이 테마파크 측에 추모식 행사를 위해 사용허가를 요청했지만, 테마파크 측은 상가번영회와 갈등 해결을 조건으로 사용허가를 냈다.

하지만 정작 갈등을 일으킨 대구시는 양측 갈등을 위한 어떠한 자리도 마련하지 않았다.

김경환 비대위원장은 “대구시는 테마파크 내 부지에 추모사업 관련은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테마파크 내 추모사업 진행을 방치 하는 것 자체가 직무유기다. 대구시를 직무유기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가 약속한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동화지구 관광특구 지정, 상가 진출입로 확장 및 주차장 부지 조성 등 지켜온 약속이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팔공산 자동차 극장을 주차장 부지로 활용하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족과 상인 모두 만족할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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