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진 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대구·경북 주민 재산적 행복 중요"
기초자치단체 부활 법률 반영·국세 이양 등 구체적 재정 분권 필요

제주특별자치도 시그니처.

2006년 7월 1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15년 동안 인구와 관광객이 늘고 예산규모, 재정자립도가 증가했지만, 교통량과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대폭 늘었다. 제주도민의 불편이 가중된 것이다.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증가했지만, 개인소득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용의 질도 매우 낮고, 임금수준도 전국 최하위다. 제주도민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강호진 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22일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와 대구경북연구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대경컬로퀴움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금 겪는 뼈아픈 제주의 경험은 2022년 7월 1일 출범을 목표로 하는 대구·경북 특별자치정부를 위한 행정통합 과정에서 새겨들어야 할 조언인 것이다.

강 전 대표는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제도가 도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라면서 “대구·경북도 행정통합을 통한 미래를 설계할 때 GRDP라는 경제 총량 외에도 시·도민의 개인소득도 검토해야 한다. 주민의 재산적인 행복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도민은 특별자치도라는 제도의 수혜자로 외국인을 상대로 하며 2조 원의 매출을 올렸던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이라고 비판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중앙정부가 수많은 권한을 주면서 기존 법인격인 기초자치단체 4곳을 없앴는데, 대구와 경북이 통합하는 과정에서는 향후 주민의 결정을 통해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킬 수 있도록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또한 주민 결정을 통한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비롯한 다양한 약속을 하고도 아직 단 하나도 실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국세 이양과 자율성 부여, 면세 특례 확대 등 실질적인 재정·세제 관련 권한 이양 또한 하나도 이뤄지지 않아 도민의 실망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중앙정부가 제주도에 준 권한이 4500여 건에 달하지만 90% 이상이 도지사 권한인 것도 문제”라면서 “대구·경북 특별자치정부 구성 때는 반드시 이런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강 대표는 “재정 분권 없는 자치정부 구상은 허구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구와 경북은 시·도민에게 명확하게 재정 분권에 대한 구체적 사정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면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국도나 항만 등의 인프라는 굳이 가져오기보다는 국가의 몫으로 남기는 게 맞다”고 했다. 특히 그는 “경제·산업과 관련한 자치정부 정책 결정권 확보도 매우 중요한데, 대구와 경북이 추구하는 미래 가치와 관련한 권한이나 기구를 가져와서 플랫폼으로 삼아 발전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닌 특별자치정부의 장이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엄청난 권한만큼 혜택과 이득이 없고, 시·도민을 설득할 수도 없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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