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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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발굴 역사상 ‘금관총(金冠塚)’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곳은 없지 싶다. 금관총은 일제 강점기인 1921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발굴됐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무덤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찬란한 순금제 금관이 출토됐다.

발굴조사 보고서를 보면 노서리에서 주막을 하고 있던 박문환이라는 사람이 집을 증축하기 위해 뒤뜰을 파고 들어가다가 우연히 유물이 나와서 발굴하게 됐다. 증축 터파기로 목곽의 바닥 부분이 완전히 드러난 상태여서 발굴은 단 4일 만에 끝났다. 발굴 조사라기보다 유물을 수습하는 수준이었다. 고대 신라 특유의 양식인 이 돌무지무덤에서 금관을 비롯해 황금 허리띠와 여러 장식, 귀고리, 팔찌 등 유물 3만여 점이 쏟아졌다. 발굴된 금관총 금관과 금제 관식은 국보 제87호, 금관총 금제 허리띠는 국보 제88호로 지정돼 있다.

당시 발굴 유물은 경주읍민들이 낸 헌금으로 지은 유물진열관에 보관 중이었다. 1927년 11월 10일 전시관 지붕을 뚫고 도둑이 들어 금관을 제외한 다른 유물들을 몽땅 훔쳐 가버렸다. 이 사건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장 유명한 문화재 도난사건이다. 다행히도 범인은 1년 뒤 유물들을 고스란히 경주경찰서 관사 앞에 가져다 놓아 되찾을 수 있었다.

금관총 유물 도난 사건은 1956년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범인이 박물관 문이 닫히기 전에 잠입해 있다가 밤에 나와 다른 유물은 그대로 두고 금관만 훔쳐 달아났다. 국보 금관의 도난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도난 금관은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만들어 넣은 모조품이었다. 얼마후 모조 금관 도둑도 탐문 끝에 붙잡혔다.

경주시가 이런 사연 많은 금관총의 전시관을 올해 안에 지어 공개하기로 했다. 사업비를 64억 원이나 들여 짓는다니 기대가 크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구구절절 사연 많은 금관총 전시관을 둘러보고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과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게 잘 꾸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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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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