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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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나 승진을 했을 때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보떡’이다. 공무원 임용 후보자가 정식으로 임용되기 전에 실무를 해보는 것을 ‘시보(試補)’라한다. 보통 6개월 정도다. 시보 기간이 끝나면 동료 선후배들에게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을 ‘시보떡’이라 한다.

그런데 최근 ‘시보떡’이 악습이냐 미풍양속이냐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사람이 ‘내 여자친구는 시보떡 때문에 운 적이 있다’는 사연을 올렸다. “가정 형편도 어렵고 해서 백설기를 하나씩 돌렸다. 옆 팀 팀장이 마지못해 받더니 나중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막내라 청소를 하다가 사무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떡을 보고 밤새 울었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인사치레 시보떡이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한다. 경제적 부담보다 일종의 텃세부리기에 넌덜이 난다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 이보다 더 한 것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국·과장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는 ‘과장 모시는 날’ 습속도 있다고 한다.

조선 시대 신입 관리가 선배 관원들에게 자신도 관원으로 인정해 줄 것을 허락해 달라는 인사인 ‘허참례(許參禮)’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허참례는 이른 새벽부터 주어진 제목의 글을 짓는 것을 시작으로 바닥에 몸 구르기, 대청 아래 기어 나오기, 기와 위에 책상다리하고 앉기 등 ‘가혹행위(?)’가 일주일 여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시보 떡’처럼 선임자들과 동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으로 행하는 ‘면신례(免新禮)’도 있었다. 술과 안주를 준비해 성의를 전하는 습속이었다.

공무원노조가 조선 시대 허참례나 면신례 같은 ‘시보 떡 돌리기’를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권위적인 공직사회 조직문화에서 오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참에 ‘과장 모시는 날’ 같은 공무원 사회 악습을 다 뜯어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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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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