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설득이나 협상에서 성공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말투가 필수조건이다. 언제 들어도 듣기 좋고 믿음이 가는 좋은 말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만큼 좋은 말투란 더 이상이 없는 힘이요 무기다.

그러나 말투는 사람의 얼굴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늘 밝은 분위기로 따뜻하고 격조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도 많다. 하는 말마다 냉소적이거나 부정적이며 말끝마다 남 탓이거나 불평불만인 말투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볼 때마다 화난 듯 퉁명스럽게 말하고 걸핏하면 상대방의 말을 자르면서 짜증스럽게 말한다.

며칠 전 문화단체장인 지인과 오랜만에 저녁을 하기 위해 도심에 있는 한 식당에 갔다. 마침 50대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주문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대학생으로 보이는 종업원이 주문을 다 받고는 “삼겹살 3인분 먼저 주문하셨는데 술도 필요하세요? 맥주 소주 무슨 술로...?” 라고 물었다. 손님은 종업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버럭 소리를 쳤다.

“야! 그걸 묻냐? 고기 시켜놓고 술 안 시키는 사람 봤어!” 하면서 무슨 일이라도 난 사람처럼 큰소리로 소주를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당황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상기된 얼굴로 주방으로 가는 종업원이 안쓰러웠다.

프랑스 남부에 있는 어느 카페에서는 종업원에게 반말로 주문하는 손님은 존댓말로 주문하는 손님보다 커피값을 다섯 배나 더 비싸게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님의 나쁜 말투가 종업원에게 주는 상처가 오죽 컸으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이해가 갔다.

말투도 습관이어서 좋은 말로 해도 될 것을 꼭 거슬리는 말투로 상대방의 마음을 뒤집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그런 경우를 당하면 한순간도 못 참을 사람들이 정작 자신의 잘못된 말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말투는 사람마다 말하는 버릇이나 방식 또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대화 상대방은 그 특징을 금방 알 수 있지만 스스로는 잘 알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평생 언론인으로 지낸 필자도 가까운 주변으로부터 뉴스앵커와 토론사회 등을 오래 한 때문인지 지적과 비판을 많이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또, 농담이나 유머보다는 엄숙한 인상 때문에 처음에는 말 붙이기가 부담스러웠다는 얘기도 서로가 친해진 뒤 한참 지나서야 듣고는 많이 놀란 적도 있다.

대화의 성공자가 되려면 어떻게든 자신의 말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친구 등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말투가 어떤지 진지하고 솔직하게 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충이 아니라 약점이나 고칠 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찾아내고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점은 살리고 작은 단점이나 버릇까지도 고쳐나갈 수가 있다.

대부분의 잘못된 일은 문제를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특히, 말투가 그렇다. 알면 더 이상의 우는 범하지 않게 된다. 또, 알면 어떻게든 고치려 하고 고치려고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고쳐질 수밖에 없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대화는 당신이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그것은 자전거 타는 법과 타이핑을 배우는 것과 같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연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당신은 삶의 모든 부분의 질을 급격하게 향상할 수 있다”고 했다.

말투는 사소한 한두 가지 습관이나 버릇만 고쳐도 분위기나 느낌이 완전히 달라져 다가온다. 말투가 달라진 것을 미처 모르는 이들은 사람이 달라졌다고까지 할 정도로 말투의 변화는 크다.

말투를 바꾸면 말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결국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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