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지난 9일 외교부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최종 타결’ 사실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이 타결안에 대해 “지난한 협상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우리의 원칙을 지켜낸 협상”이라 자평하였다.

이번 합의의 주된 내용은 (1)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6년간 유지되는 다년도 협정이며 (2)2020년 총액은 2019년 수준으로 동결한 1조389억 원, 2021년은 13.9% 인상된 1조1,833억 원이며, (3)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증액은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여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정한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전혀 합리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더 나아가 이번 합의는 한반도 평화과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첫째 제11차 한미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합의는 ‘합리적이지 않고 오히려 불합리’하다.

원래 주한 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 5조에 의하면,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은 한국이 제공하고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미국이 전액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1991년 특별협정(SMA)이 체결되면서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에 지급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들 중에서 특별협정을 체결해 미군이 주둔경비를 지원받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 이라는 점이다. 특별협정으로 한국은 30년째 꼬박꼬박 엄청난 액수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제는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위해 미국은 정치 외교 군사적 압박 등 제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그래서 방위비 분담금은 내역도 정산도 없는 ‘미국을 향한 한국의 조공’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번 합의 내용 중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매년 한국의 국방비 증가와 연동하여 방위비 분담금 역시 인상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의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에 기반 하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소비자 물가는 1.3%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정부의 2021-2025년 국방중기 계획에 따르면 국방비는 연평균 약 6.1%씩 증액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2022년-2025년에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은 매년 6%씩 증액해서 지급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특별협정’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연례화, 정례화한 조치라고 말할 수밖에 없으며 국방비 인상률에 연동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어떤 합리적 논거도 없다. ‘방위비 분담금 퍼주기 합의안’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어떻게 이런 합의를 정부는 합리적이라 자평할 수 있단 말인가? 방위비 분담금의 80% 이상이 인건비인데 왜 국방비 증액과 연동하는 것일까? 정부는 여기에 대해 어떤 합리적인 설명도 없다.

둘째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합의는 ‘공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심각하게 불공평하다’

이미 한국정부는 주한미군을 위해 너무 많이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공평한 분담’이라는 표현으로 이러한 불공평을 호도할 수는 없다. 한국정부는 현금부담과 같은 직접 분담뿐 아니라 각종 간접 분담을 이미 하고 있다.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9,602억 원을 제외하고도 직접지원 8,106억 원과 간접지원 1조469억 원 등 약 2조 원의 비용을 주한미군에 지원해 왔다. 저평가된 기지 임대료나 누락된 미군 탄약 저장 관리비를 추가하면 실제로는 이미 방위비 분담금을 제외하고도 3조원 이상을 매년 미군에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도 미국은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 비용까지 한국이 지불한다면 이미 한국은 미국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불공평성은 2021년 1.2% 증가한 일본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분에 비해 11배가 넘는다는 점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데도 ‘공평’하다는 외교부의 입장은 도대체 어떤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하는 말인가. 미국의 입장에서도 이것은 공평이 아니라 ‘횡재이며 일확천금의 로또’이다. 반면 정작 성실히 세금을 내는 한국 시민의 입장에서는 공평하고 부당하고 굴욕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안은 한국 시민의 이름으로 거부되어야 하며 협상 주체는 시민의 이름으로 탄핵되어야 한다.

셋째 3월 17-18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턴 국방장관의 방한을 통한 서명을 반대하며 국회는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하라

존 거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방위비 분담금 특별 합의는 미한 동맹이 동북아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분담금 합의와 인도 태평양 전략을 연계한 논평은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방한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합의안 서명과 함께 한국의 쿼드 플러스 참여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쿼드 플러스 참여는 중국과 대치하는 동북아 군사적 최전선에 한국이 위치하게 된다는 끔찍한 사실을 전제로 한다. 중국을 제압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또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나?

굴욕적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합의와 동북아 신냉전 체재로의 편입 문제 등은 2021년도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참칭하지 말고 한반도 평화와 국익을 위한 군사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다 해야 할 것이며 국회도 이를 위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합의를 비준 거부하고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의 최전선에 한국을 몰아넣는 쿼드 플러스 참여에 대해 단호히 거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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