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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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서당 훈장이 혀가 짧아서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바람 풍(風)’자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바담 풍’이라 따라 읽게 했다. 아이들이 ‘바담 풍’이라 따라 읽자 훈장은 “나는 ‘바담 풍’ 해도 너희는 ‘바담 풍’ 해라”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알아서 ‘바람 풍’으로 읽으라는 역정이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이렇다. 겉으로는 선량한 척, 정의로운 척하면서 뒤로는 악질적으로 부패한 권력자들의 민낯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삼성 저격수’로 스타가 된 김상조 씨가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가더니 정의로운 운동가의 맛이 싹 가셔지고 말았다. 전·월세 인상률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틀 전에 자기 소유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4.1%(1억 2000만 원) 올려 받았다. 부동산 정책 총괄 정책실장이 법 시행을 피해 상한선의 세 배 가까이 인상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김 실장을 즉각 경질했다.

“부동산 정책 하나는 자신 있다”던 문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바담 풍’ 부동산 내로남불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지경이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고위직 참모들에게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하고도 자신은 다주택자를 고수했다. 결국 노 전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다주택 문제로 하차했다. 김의겸 전 대변인도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때에 흑석동 재개발 투자에 나섰다가 쫓겨났다.

청와대 고위직 49명 중에 15명이 다주택자였다. 국민을 향해서는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면서 청와대 인사들은 아파트로 수억~수십억 원씩 차익을 누렸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맑다’는 윗물이 이 지경이니 ‘아랫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는 일러 무삼하리오다.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불의’한 문재인 정부의 ‘바담 풍’ 부동산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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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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