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답 소규모 매입해 '지분 쪼개기' 형태 투기 정황도 포착
정의당 대구시당 "농지법 위반·직계존비속 재산 조사" 촉구

정의당 대구시당이 30일 대구시청 앞에서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농지법 위반 여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대구지역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4면

문제는 일부 공직자가 다른 이들과 함께 전답(田畓)을 소규모로 매입해 일명 ‘지분 쪼개기’ 형태의 투기행위를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다.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함)의 원칙은 헌법에서 규정한 사항으로, 투기목적의 농지거래는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다.

여기에 주말농장이나 상속받은 농지를 보유한 이들 중에서도 농지법 위반 사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사법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30일 정의당 대구시당이 대구지역 선출직 공직자의 재산내역(2020년 12월 31일 기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구의회 A구의원이 보유한 농지는 28곳(2만2654㎡)으로, 지역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농지를 갖고 있다. 보유 농지는 대구 동구뿐만 아니라 창녕·의령·합천·경산·의성 지역에 있고, 경산 농지(961㎡)는 2017년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북구의회 B구의원은 대구를 비롯해 합천과 군위 등 지역에 총 20곳(1만3184㎡)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데, 2000년 이후 매입한 대구 지역 한 농지는 수년 전 창고용지와 대로 지목이 변경(재산공개내역에는 전(田) 표기)됐다. 군위 농지는 2010년 당시 소규모로 분할 매입하기도 했다.

대구시의회 C시의원은 배우자가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당진, 평택, 춘천에 전답을 소규모로 분할 매입했고, 달서구의회 D구의원은 2018년 12월 충남 예산 전답 2곳을 소규모(2㎡, 9㎡)로 분할 매입해 보유하고 있다.

정의당 대구시당이 재산을 확인한 선출직 공직자 164명 가운데 86명(52.4%)은 논과 밭, 과수원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농지는 335곳인데, 이 중 선출직 공직자 본인이 소유한 농지는 206곳, 배우자 명의 85건, 가족 44건으로 파악됐다.

또 확인된 농지 가운데 대구지역 농지는 76곳, 다른 지역 농지는 259곳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라는 농지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개인의 농지 소유를 제한하고 있다.

단, 주말농장(1000㎡ 이하)이나 상속에 의한 농지소유(1만㎡)를 일부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 대구시당은 상속 농지라도 자경할 수 없는 경우 위탁 경영을 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처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30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출직 공직자가 보유한 전답 대부분이 상속토지이거나 개인이 추가로 매입한 농지인데, 위탁경영조차 하지 않고 놀리고 있는 전답이 부지기수다”며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분할 매입한 정황도 보인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농지 소유 선출직 공직자의 농지법 위반 여부 조사 △농지 소유 선출직 공직자의 농지취득자격증명서, 영농계획서 조사 △고지 거부한 직계존비속의 재산 조사 등을 촉구했다.

한민정 시당 위원장은 “많은 공직자가 농지를 소유하고, 그것으로 자산을 증식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넘나들며 투기를 하는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투기 열풍에 휴지 조각이 된 현행 농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농업인과 법인의 투기성 농지 소유 금지’, ‘매입 후 8년 이내 농지 전용 금지’, ‘불법 농지 처분 명령 강화’, ‘농지관리위원회 설치 및 통합관리체계 구축’, ‘투기성 농지 취득 사후 확인 시 수익 환수 조치’ 등이다.

한 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면전에 나서겠다”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했다.

한편, 정의당 대구시당이 가장 많은 농지를 보유했다고 지목한 A구의원은 조경나무 농장 운영이 본업이라며, 농지법 위반과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A구의원은 “고향인 경남 의령에 상속받은 농지와 재산 가치가 높지 않은 농지를 사들여 조경수를 가꾸고 키우는 것이 원래 하던 일이다”며 “농지법 위반 사항도 없고, 오히려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투기를 조사하자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