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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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감상>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1994, 문학동네)에 실린 시다. 당시, 투박한 여느 시집들과는 달리 표지가 화사했다. 고등학교 때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애늙은이처럼 「흔들리며 피는 꽃」을 암송했다. 니체는 “자신을 죽이지 않는 모든 것은 자신을 강하게 한다”고 했다. 맹자는 “역경을 많이 맞는 것은 하늘이 나를 크게 키우려는 의지”라고 했다. 역경과 시련 뒤에 피는 꽃이, 흔들리며, 젖으며 키운 사랑이 진짜다. 끝까지 간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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