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아 변호사·전 국회의원
이두아 변호사·전 국회의원

전해오는 말에 이르기를 “군주가 배라면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그 물이 배를 뒤집기도 한다”고 했으니 ‘군주민수(君舟民水)’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군주민수’는 정관정요에도 나오는 표현으로 조선의 숙종도 이 물과 배의 관계를 ‘주수도(舟水圖)’란 그림으로 그리게 해 자신의 경계로 삼았다고 합니다. 오늘날 다시 해석하자면 국민은 물이요, 권력을 물 위에 뜬 배와 같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 전국 1·2위 도시인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비롯한 전국의 재·보궐선거의 결과에서도 ‘군주민수’는 다시 한 번 확인되었습니다.

이변은 없었습니다.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는 압승을 거두면서 민심이 문재인 정부 4년을 심판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대선 전초전’이라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것입니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동시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네 차례 전국적인 규모의 선거에서 참패했던 국민의힘이 연패의 늪에서 드디어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승리는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마음에 쏙 들어서, 국민의힘이 훌륭해서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 프랭클린 애덤스가 말했듯이 “유권자는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한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선거입니다.

응원이 아니라 응징의 의지가, 지지가 아니라 반감이, 분노가 투표의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청년 유세단’이 국민의 힘 후보 유세차에 올라서서 유세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그 모습에서 ‘이제 드디어 2030 세대도, 청년층도 우리 보수우파를 지지하게 되었구나’ 감격하거나 내년 대선의 희망을 보아서만은 안 될 것입니다. 그 전에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절규하게 되었나’, ‘단군 이래로 가장 고스펙이라는 젊은이들이 왜 청춘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가’를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힘은 서울, 부산 시장 모두 주호영 원내대표가 공언한 대로 ‘15% 이상의 격차로 승리’했다는 사실에 도취할 때가 아닙니다.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의혹 사태, 조국 전 장관부터 시작된 내로남불 행태 등 실정 탓입니다. 부동산 정책의 총사령탑이었던 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위선적 행태, 임차인 보호를 주장하면서 임대차관련법안의 대표발의자로 나섰던 박주민 의원의 이중적 행태 등 이 정부가 내세웠던 여러 정책과 가치의 아이콘으로 내세웠던 인물들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는 주요 언론에서도 지적하듯이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패배’입니다. 국민의 힘도 언제든지 국민이라는 거대한 힘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는 조각배일 뿐이라는 각오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어제의 승리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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