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화가의 연인들.
“바이러스 쓰나미를 피해 인상파 화가들의 꽁무니만 쫓아 다녔다. 책 속의 글들은 읽어도 별로 배울 게 없다. 배울게 없는 것을 교훈으로 삼으면 본전이 넘는다. 코로나 시대에 본전이 넘으면 크게 남는 장사다.”

코로나 19가 창궐하고 있는 가운데도 경북문학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한 구활 작가가 ‘인상파 화가의 연인들’(수필과비평사 펴냄) 미술 에세이집을 출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인 출신이자 수필가인 저자가 글을 이끌어 가는 솜씨는 마치 사랑방에서 재담꾼이 만담을 펼쳐놓듯 상상력과 재미를 담보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책의 내용은 인상파 화가들의 사랑놀이를 포함한 성적 판타지를 요약한 평전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예술과 여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까? 그것이 일시적 욕망의 분출이든, 영혼의 이끌림이든 간에 어쨌든 세기적 천재라는 예술가 치고 ‘뒷담화 세계’에 한 가닥 이야깃거리를 남기지 않은 이가 드물다.

화가와 모델들의 삶은 좋게 말해 너무 자유분방하고 개방적이어서 첫 장을 펼치자마자 재미가 쏠쏠해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많은 미술사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화가들이 어떤 여인을 사랑하고 어떤 여인을 무책임하게 차버렸는지, 또 첫눈에 반한 여인을 죽은 후에도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책 속 글은 한 편 한 편 재미있는 단편소설이자 어떤 글은 여운을 길게 끌고 가는 긴 소설과 닮았다.

어머니의 불륜현장을 목격한 에드가 드가는 이후 금욕주의자이자 독신주의자가 됐다. 정작 그의 그림에는 발레리나, 서커스 크라운 등 예쁜 여성들이 등장하지만 성적으로는 여자를 싫어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부인은 세 살 연상으로 혼전에 아이를 낳은 미혼모였는데 그 아이의 아버지는 판사였던 마네의 친부였다. 가히 콩가루 집안이자 막장 가정인 셈이다. 모네는 예쁘고 날씬한 아내가 영양결핍에 자궁암으로 앓아 눕자 한집에 살던 아줌마와 옆방에서 사랑놀이를 벌이곤 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했던 여인은 매춘부였다. 그것도 각각 아버지가 다른 다섯 아이의 어머니로 젊지도 예쁘지도 않았다고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첫 여인은 23세 동갑내기 유부녀로 이 시기에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은 그의 입체파 회화의 시작이 됐다. ‘키스’란 작품으로 세계 정상급 화가에 오른 클림트는 누드모델로 세운 귀족부인을 한 번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죽자 14명의 여인들이 아이 하나씩을 앞세워 유산 소송을 벌였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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