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간호사의 날인 12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에 모인 간호사들이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라”고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저희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국제 간호사의 날인 12일 오전 대구 중구 동성로에 모인 간호사들이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자 한순간 시민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은 “간호사 절반은 병원을 떠나고 있다”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것은 환자들의 생명과 연관된 일”이라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설명했다.

이날 동성로에 모인 간호사는 약 30여 명.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에 소속된 유연화 간호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간호사가 환자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열악한 근무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슬픈 현실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간호사 1명이 환자 5.7명을 돌볼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간호사 1명이 16.3명을 돌본다.

OECD 국가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는 평균 8.9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78명으로 OECD 국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들은 “간호사 인력을 늘리면 환자 사망률을 12% 낮출 수 있다”며 “좋은 간호를 위해 간호사 인력은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호주에서 간호사 인력 배치 수준을 확대하자 환자 사망률이 12% 줄어들었으며, 감염 역시 12% 줄어들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간호사 한 명이 돌보는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 이들은 3가지를 제안했다.

간호사 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인력 기준을 상향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동 중증도별 간호인력기준 마련,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줄이기 및 법제화를 꼽았다.

이들은 “다가올 상시 감염병 시대에 간호사들의 헌신과 희생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며 “와상, 치매 환자 등 종합적인 중증도와 간호 필요도를 고려한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또 “현재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인력 기준은 실제 병동에서 일하지 않는 행정, 수간호사 등이 포함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인력 기준을 상향시켜 간호와 간병을 모두 제공하는 간호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번 집회는 국채보상로에서 시작해 대구시청까지 약 700m 행진을 한 뒤 마쳤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집회로 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 제주대병원, 울산대병원 등지에서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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