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정치를 잘 모르긴 해도 요사이 ‘국민의힘’ 에서 놀라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십대 중반 나이로 당대표가 된 것도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처음이라는데 연일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당 대변인을 뽑는 방법도 ‘토론배틀’이니 ‘압박면접’이니 등을 들고나와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가 하면 정치행보도 연일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한 마디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신선한 충격이긴 하지만 아직 덜 닦인 모습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새바람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바람이 아닐 수 있다. 햇된장도 입맛을 살리지만 묵은 된장이 깊은 맛이 나고 항암 효과도 다섯 배나 높다고 하지 않는가.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뒤에 오는 물결이 앞의 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끊임없이 뒤에 흘러오는 물결이 앞에 흘러온 물결을 밀어내어 강이 이어지는 것이다. 명나라 때 격언집 증광현문(增廣賢文)을 비롯해 여러 문헌에 나오는 말이다. 뒷사람이 앞사람을 대신한다는 뜻으로 세대교체나 시대에 따른 변화와 발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말 뒤엔 한 시대에서 새사람이 옛사람을 대신한다는 뜻의 일대신인환구인(一代新人換舊人)이라는 구절이 따른다.

문제인 대통령도 자서전 ‘운명’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라는 앞 물결을 밀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인지는 몰라도 시진핑과 만났을 때 대화의 물꼬를 트게 했다고 한다.

후생가외(後生可畏)란 말도 있다. “젊은 후진을 두려워해야 한다. 앞으로 올 사람들이 지금 사람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만약 그들의 나이 사오십이 되어도 이름이 들리지 않으면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고 한 공자의 말이다.

논어의 ‘자한(子罕)’편에 나온다. 공자의 이러한 두려움은 단순한 시기와 질투가 아니라 제자 안회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경계한 것이다. 끊임없는 안회의 학문정진의 태도를 본받아 선생인 공자 자신 또한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고 일신우일신 자신을 채찍질한 것이다.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도 있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손아랫사람이나 지위나 학식이 자기만 못한 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 지혜가 부족하면 남의 지혜를 빌리고, 신진 인물의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만 노마지도(老馬之道)라는 말이 있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기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비유하기도 하지만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일을 잘 처리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관중(管仲)과 습붕(&朋)이 환공을 따라 고죽이라는 곳을 정벌했는데, 봄에 떠나 겨울에 돌아오면서 길을 잃고 말았다. 관중이 늙은 말을 풀어 놓고 그 뒤를 따라가서 길을 찾게 되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를 이용한 관중의 경륜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는 말이 있다. 노인의 지혜와 경륜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뒤에 오는 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신세대는 경륜 있는 구세대에게 길을 물어가면서 새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