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뜨거운 지구가 물불을 가리지 않는 폭탄을 퍼붓고 있다. 며칠 전 중국과 일본에 이어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는 100년만의 물 폭탄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북미 서부지역에서는 기록적인 열 폭탄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바다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했으며, 대형 산불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7.2도까지 오르며 8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거대한 협곡인 데스밸리(Death valley)는 지난 9일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 그대로 54.4도를 기록하는 등 지구촌에서 살인적인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폭염은 고기압이 반구형태의 지붕을 만들며 뜨거운 공기를 가둬 폭염을 일으키는 ‘열돔(Heat dome)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한반도에도 이번 주부터 열돔현상으로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올해 폭염은 역대 최고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 2018년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러한 폭염은 전력사용량을 폭증시킨다. 지난 13일 전력예비력이 8.8GW로 떨어졌고, 예비력이 5.5GW 이하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 전력수급 비상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랙아웃이 되면 통신·교통·가스·병원·군사 등 모든 것이 일시에 정지돼 대혼돈·대참사의 시간이 발생한다.

이렇게 기후변화는 바로 우리 모두가 당면한 문제, 인류가 직면한 최대 현안이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2050탄소중립선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에너지 주공급원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IT 등 3대 에너지 신산업 육성, 그린에너지 통합 시스템 구축,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모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문제는 탈원전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정부의 대응만으론 갈수록 급증할 전력수요를 감당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탄소중립 실현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지리지형상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한계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설비이용률 한계 등으로 원전 대비 효율성과 경제성이 턱없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로 인한 환경파괴와 전기료 인상 등의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원자력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영국, 프랑스 등 에너지 선진국에서는 감축보다는 새로운 원전 건설 및 수명연장 운영 방향으로 유턴하고 있는 등 세계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재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여건상 원전 없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은 사실상 지킬 수 없는 선언에 불과할 것이다.

탈원전은 탄소중립 실현은 차치하고 블랙아웃이라는 국가 대재앙을 앞당기는 뇌관이 될 뿐이다. 안정적 전력수급과 탄소중립 해결책은 현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전은 이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님을 현실이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원전은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정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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