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새 18.6일간 장맛비…상품성 하락·병충해 '이중고'
수확기 앞두고 침수 피해까지 추석대목 기대한 농민들 울상

대구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지난달 2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천 산책길이 침수돼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추석을 앞두고 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수확을 앞둔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일조량 부족으로 상품성 하락과 병충해 우려가 커져서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경북·대구지역에 내린 비는 평균 290.7㎜로 18.6일간 장맛비가 내렸다.

지역별로는 영덕이 456.7㎜로 가장 많이 내렸고 안동이 188.9㎜로 가장 적었다. 비가 내린 일수로는 포항이 22일로 가장 많았고 영주가 14일로 가장 적었다.

특히 지난달 23일과 24일 양일간 제12호 태풍 오마이스가 북상해 많은 양의 비를 뿌리면서 경북지역에서는 총 402㏊의 농경지가 침수되기도 했다.

경산의 한 복숭아 농가에서 농민이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경북일보DB

포항이 251㏊로 가장 큰 피해를 봤고 청송 31.8㏊, 의성 30㏊, 군위 28㏊, 경주 20㏊, 성주 11.5㏊, 칠곡 10㏊, 영천 9.9㏊, 구미 8.3㏊, 안동과 고령이 각각 0.7㏊, 경산 0.5㏊가 피해를 보았다.

이처럼 한 달의 절반 이상이 비가 내린 데다 침수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수확을 앞둔 농가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현재까지 가을철 과일인 사과, 배, 포도 작황에 문제는 없지만, 가을장마가 앞으로도 이어지면 품질과 수확량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청송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A(52) 씨는 “지난 한 달 동안 흐린 날이 계속되면서 수확기에 접어든 사과의 착색이 더뎌지는 데다 비까지 많이 내리면서 당도도 크게 떨어졌다”며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한 해 동안 고생해서 농사를 지었는데 제값도 못 받게 될 처지”라며 울상을 지었다.

포항에서 밭농사를 짓는 B(61) 씨는 “지난달 내린 폭우로 밭 일부가 침수돼 긴급 방제작업을 했지만 병해충이 발생할까 봐 걱정된다”며 “혹시 모를 병해충 피해를 막기 위해 영양제 등을 뿌리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걱정했다.

경북도 역시 병해충 피해 발생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경북도 친환경농업과 김병삼 주무관은 “지금까지 병해충 피해와 관련해 보고된 내용은 없지만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태풍피해가 발생한 만큼 각 농가에서도 병해충과 관련한 선제 방역 조치가 이뤄져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병해충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지자체 농업기술 관련 담당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전 일조량이 풍부해야 상품성이 좋아지지만 지난달처럼 일조량이 부족하고 비가 이어지면 사과와 같은 과일의 착색이 덜 진행되거나 당도가 떨어져 상품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구지방기상청은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경북·대구지역의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40~5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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