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른 아침부터 출근 도장…한 컷 타이밍 잡으려 요지부동

17일 오후 포항 형산강 하구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보호종 ‘물수리’의 사냥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수십 명의 사진작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17일 오후 1시께 포항시 남구 에코전망대 인근 형산강 하구.

가을로 접어들며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50여 명의 사진작가가 일명 ‘대포 카메라’ 앞에 서서 흘러가는 강물과 그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보고 있다.

가마우지, 백로, 왜가리 등 각종 새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지만 이들이 기다리는 새는 따로 있다.

바로 ‘물수리’다.

물수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이자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월동하는 새이기도 하다.

형산강은 강원도 강릉 남대천 등과 함께 물수리 사냥을 촬영할 수 있는 명소로 알려진다.

해마다 9월 말께 형산강을 찾아오는 물수리는 11월 초까지 먹잇감을 사냥하며 체력을 비축한 후 하루 평균 200~300㎞를 이동하며 고향인 러시아 등지로 날아간다.

먹잇감은 주로 잉어와 숭어·붕어 등이며 사냥은 수면에서 약 30~50m 상공에서 정지비행을 한 후 시속 100㎞ 이상의 속도로 하강해 물속에 있는 고기들을 낚아채는 방법으로 사냥한다.

물수리가 본격적인 사냥철에 접어들면 형산강 주변은 전국에서 모여든 사진작가들로 붐빈다.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매일 같이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 오후 3시 무렵, 물수리가 사냥을 마칠 때까지 셔터를 누를 타이밍만 하염없이 기다린다.

1000만원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는 망원렌즈와 1초에 수십 장을 촬영할 수 있는 최고급 카메라가 즐비하다.

강변을 산책하러 나온 시민 중 일부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몇몇 작가들에게 카메라의 성능과 가격을 묻고는 놀란 표정으로 돌아선다.

식사 시간임에도 자리를 떠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동호회·사진스쿨 등을 통해 함께 포항을 찾은 생태작가들은 아침부터 차가운 강바람을 맞아 얼어붙은 몸을 인근 중국집에서 시킨 뜨끈한 짬뽕 국물 한 모금으로 녹여낸다.

이날 만난 김수도(61·부산)씨는 “30대 초반,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한 뒤 어느덧 30여 년째 전국 곳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다”며 “오늘은 비교적 늦은 오전 9시쯤 형산강에 도착해 물수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굴을 보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10년가량 해마다 물수리를 촬영하기 위해 포항을 찾는다는 한 생태작가는 “형산강은 우리나라에서 물수리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한 곳이다. 일본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유명하다”라며 “각종 공사들로 인해 몇 년 전보다 눈에 띄게 형산강을 찾는 물수리 개체 수가 줄어든 것 같아, 참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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