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농가에서 농민이 벼를 수확하고 있다. 경북일보DB
올가을 보름 넘게 이어진 장마에 이어 깜짝 추위로 농가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확기에 내린 장마와 급격히 떨어진 기온으로 한 해 동안 길러온 농작물의 상품성과 가격 하락이 우려돼서다.

실제로 경북지역은 지난 8~9월에 18.6일간 내린 장맛비와 함께 제12호 태풍 오마이스로 일부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지난 16일부터는 농경지 침수 복구 작업의 숨도 돌리기 전에 경북 지역 20곳과 대구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돼 18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이상기온이 이어지면서 지역 농가는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유난히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에 작업 일정을 예측할 수 없어서다.

안동에서 20여 년간 사과농사를 지어온 권 모(73) 씨는 최근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달 수확을 앞두고 연일 내린 비로 당도가 떨어져 상품성 하락을 우려했지만 이달 들어 첫서리가 내리면서 냉해 피해 우려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권 씨는 “수확기를 앞두고 착색 작업이 한창인 요즘 지금처럼 흐린 날에 비가 내리는 날이 많고 날씨마저 추워지면 나무에 달린 사과 모두가 상품성이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한숨을 쉬었다.

의성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 모(48) 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가을장마로 병충해 확산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상황이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수확기에 내린 서리로 냉해를 입었다. 이 씨는 “올가을 비가 많이 내리면서 병충해 피해 걱정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다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아침저녁으로 서리가 내려 수확해야 할 벼에 냉해 피해를 입었다”며 “빨리 수확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일손은 한 정 돼 있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기온이 크게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와 강원 지역의 경우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피해 발생이 크지만 경북지역의 경우 최저기온이 영상의 온도를 유지해 상대적으로 일교차가 커지면서 오히려 과수농가의 경우에는 당도가 높아지는 좋은 환경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기온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벼 재배농가는 냉해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에 빠른 수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 친환경농업과 정기수 식량대책팀장은 “최근 이어진 한파로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사례는 아직 없다”며 “과수의 경우 사과의 품종인 부사가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수확 절정기가 아니고 오히려 요즘 같이 일교차가 심해지면 당도가 높아지고 착색도 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첫서리가 내렸기 때문에 벼의 경우에는 수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면서 “과수 농가는 지금 기온이 큰 문제가 안 되지만 만약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서 각 농가에서는 기상예보에 따라 수확 시기를 앞당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22일까지 경북·대구지역의 기온이 더 떨어지고 다소 추운 날씨가 이어져 내륙과 산지에 서리와 얼음이 얼 것으로 전망했으며 큰 일교차로 건강과 농작물 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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